캄보디아 '190억 투자 사기' 조직원들…검거 1년째 송환 불발

입력 2025-11-06 16:44
수정 2025-11-06 17:01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대부분은 자진 귀국해 국내에서 체포됐지만,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조직원 2명은 현지 당국의 비협조로 1년째 송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명 금융회사 사칭해 194억 '꿀꺽'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캄보디아 현지에 콜센터를 두고 조직적으로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 54명을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총책 등 해외에 도피 중인 1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해 투자자 229명을 속여 194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거된 54명 중 31명은 캄보디아 현지 콜센터에서 피해자 유인·투자 상담을 담당했고, 23명은 국내에서 범죄수익을 인출·세탁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SNS 광고를 내걸고 피해자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인했다. 이후 '해외 금융회사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무료 주식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은 뒤, 자체 제작한 허위 주식매매 앱(HTS)을 설치하게 하고 조작된 수익 내역을 보여주며 투자를 유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한 정황도 포착했다.◆베트남은 1개월 만에 송환…캄보디아는 1년째 '깜깜'검거된 콜센터 조직원 31명 중 30명은 국내로 자진 귀국해 체포됐다. 나머지 1명은 지난 5월 베트남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이 4월 베트남 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한 지 단 한 달 만이었다.

반면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조직원 2명은 작년 11월 체포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경찰청이 전세기를 투입해 압송한 범죄인 59명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로부터 범죄인 송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고액 알바" 속아 범행 가담 일당은 캄보디아 내 4개 리조트를 임차해 사무실·숙소·콜센터로 활용했다. 중국인 총책 아래에서 한국인과 태국인 등이 함께 활동하며 통역, 가짜 앱 제작, 전화 상담, 자금 세탁, 통장 관리 등을 분담했다. 범행 실적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기업형 조직 구조를 갖췄다.

범행에 가담한 한국인 조직원 상당수는 "해외 고액 알바", "단기 근무 후 고수익 보장" 등의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단지에서 근무한 한국인 50명은 △친구·지인 포섭(28명) △인터넷 광고(17명) △현지 카지노 등에서 포섭(3명) △브로커 개입(2명) 등 경로를 통해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오는 12월 31일까지 '국외 납치·감금 의심 및 피싱범죄 특별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자수자의 경우 자수 동기와 제보 내용을 형사 처분 참작 자료로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

경찰 관계자는 "해외 고액 알바의 덫에 빠진 청년들이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취업 전에 구체적인 업무 확인을 통해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