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해 피격' 文 안보라인 징역형…"국민 속였다"

입력 2025-11-05 21:32
수정 2025-11-05 21:36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자진 월북 중 사망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은폐·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전원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윤석열 정권의 기획 수사”라고 반박하며 무죄 선고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직 증거에 의해서만 유무죄를 판단해 추호의 억울함도 없도록 하겠다”며 다음 달 26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5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서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청장에게는 징역 3년, 노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검찰은 “고위 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하고 공용전자기록을 삭제한 뒤, 피격 후 소각된 국민을 월북자로 둔갑시켰다”며 “국민을 속이고 유가족도 사회적으로 매장한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가 직접 출석했다. 이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에서 북한과 연락할 채널이 없어 구조와 송환 요구를 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대통령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국민 사기 발언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엄청난 조작과 살인이 이뤄지는 동안 국가와 안보 라인, 수사 라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이 저지른 살인 과정을 지켜봤다는 건 공직자로서 심각한 오류”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후변론에서 피고인 측은 이 사건이 윤석열 정부의 기획 수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정무적 동기로 기획돼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수사”라며 “범죄사실은 성립할 수 없고, 입증도 되지 않는다.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 측은 “이대준이 자진해 월북 의사를 밝힌 첩보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첩보 등을 종합하면 자진 월북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며 “검사의 공소사실은 전제부터 사실에 반하는 억지”라고 밝혔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사건을 왜곡해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 씨 구조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당시 대통령의 ‘남북 화해 및 종전선언’ 촉구 화상 연설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피하려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자진 월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신발만 벗어놓은 채 북한에서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문구가 담긴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일부 비서관들이 “국민에게 피격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서 전 실장이 이를 묵살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22년 12월 서 전 실장을 비롯해 당시 안보 라인이었던 박 전 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노 전 비서실장에도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순차적으로 재판에 넘겼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