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폐업 소상공인, 수출 중기 예산소진 속도 가장 빨라"

입력 2025-11-05 20:35
수정 2025-11-05 20:38


"예산 소진되는 속도를 보면 어떤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인지를 알 수 있는데 첫 번째가 폐업 소상공인이었고 둘째가 수출 중소기업의 미국 관세 대응이었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0일 동안 가장 피부로 느낀 중요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기부에서 마련한 정책자금이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시급하고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문제구나 라고 엄청 와닿았다"는 설명이다.

한 장관은 5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회복을 넘어 성장으로 갈 수 있도록 중기부가 스타트업의 첫 번째 창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장관은 벤처기업의 활성화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성장에 집중한 4대 핵심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첫 번째로, '어게인 벤처붐'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 40조원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연기금, 퇴직연금 등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모두의 창업'을 통해 다시 한 번 벤처붐이 일어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며 "중기부가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늘리는 등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의 창업'은 청년창업가 1000명, 팁스 선정기업 1200개사 등 유망 창업기업을 늘려 매년 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딥테크 분야에 13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가동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2.2조원 가량의 예산을 집중 투자한다. 1.1조원을 팁스 R&D에 투자해 벤처캐피털(VC)이 선투자한 스타트업에 정부가 성장단계별로 매칭 지원한다. 또 미국의 중소기업 기술이전 프로그램(STTR)을 한국식으로 도입하는 등 기술사업화를 위한 R&D에도 2000억원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AX도 강화한다. AI 중심의 스마트공장 1.2만개를 기업 수준에 맞게 맞춤형으로 보급한다. 제조 AI 공급 전문기업을 500개사 육성하고 제조 AI R&D를 적극 추진해 제조 AI 솔루션을 매년 100개 이상 발굴키로 했다.


성장 사다리 강화에도 중점을 둔다. 3년 과정으로 진행 중인 '점프업' 프로그램을 2030년까지 연장하고 매년 100곳씩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기업을 선정, 지원한다. 2030년까지 500곳을 중견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은 "중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려면 넘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는데 글로벌 컨설팅펌을 연결해주는 등 기업이 실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협력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점프업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M&A형 기업승계 특별법(가칭)도 연내 발의한다. 가업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제3자 M&A 방식 등을 통해 기업승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김정주 중기부 중소기업전략기획관은 "현재 여러 국회의원들과 협의 중인데 여야 불문하고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연내 발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의 성장도 지원한다. 소상공인의 재기지원을 위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대출 보유 소상공인 약 300만명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위기징후를 미리 포착해 경영진단, 위기분석 등을 통해 필요한 정책자금 지원, 채무조정, 폐업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해준다는 방침이다. 폐업한 뒤에도 중기부의 희망리턴패키지,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활성화를 통해 '지역상권 르네상스 2.0'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역 규모별로 글로컬 상권, 지역대표상권, 소규모 골목상권 등을 골고루 육성하겠다는 것. 또 유망 브랜드 소상공인을 발굴해 컨설팅, 판매촉진, 판로확산 등을 단계별로 지원해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100일 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 장관직을 상상했을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장관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고민이 깊어진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목표와 성과를 단순화해가면서 하나씩 다잡아나가고 있다"고 했다.

중기부 내부 혁신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한 장관은 "꼭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토론문화"라며 "현안에 바빠서 토론할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실제로 과장들 모아서 해보니 중기부 내부에서도 아주 다양한 의견이 나오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 스테이션제로 조직을 만들고 나서 신입사원들과의 토론에서 참 많이 배웠었다"며 "앞으로도 전체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내부 보고용 문서를 줄여나가는 등 혁신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