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몸살로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부터 지난 1일 마무리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일정을 소화한 외교 강행군의 여파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소방공무원 12명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격려 차원의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몸살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찬 일정을 수행했다.
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감기 몸살에 걸려 목소리가 이상하니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이후 중간중간 목소리를 가다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27일 말레이시아를 다녀왔고, 같은 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다양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한 데 이어 APEC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2일엔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을, 4일엔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 대신 소방공무원과 오찬 일정을 수행한 강 실장은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산사태와 가뭄 현장 등 올 한 해 최선을 다해주신 소방공무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특별한 희생과 헌신에는 그에 걸맞은 보상이 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뒷받침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응급의료 전용헬기 활용 확대, 구급대원 충원 등을 건의했다.
강 실장은 “이날 건의해준 내용을 대통령께 꼭 전해드리겠다”며 “국민의 119로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분께 이재명 정부가 소방의 119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지역과 상징성, 헌신, 희생정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소방공무원 12명이 참석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