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로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가운데 금융, 보험, 통신 등 방어주와 우량 바이오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급등한 반도체 등 대형주를 팔고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은 금융·배당주로 이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에 덜 민감하고 주가 하락폭이 작은 방어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 급등주 팔고 금융주 담은 기관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보험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2% 상승했다. 은행지수는 0.9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85%, 2.66% 급락한 가운데 선방한 것이다. 보험지수에서 비중이 가장 큰 삼성화재는 이날 5.51% 급등했고, 은행지수 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0.25%, 1.14% 하락에 머물렀다. ‘밸류업 모범생’ 메리츠금융지주도 0.53% 상승하는 등 다른 금융주도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신·배당주도 마찬가지다. KRX 방송통신지수는 이날 0.27% 올랐다. 이 지수에 속한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는 각각 2.89%, 0.57%, 0.1% 상승했다. KT&G는 0.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들 종목의 선전은 기관 자금 이동의 결과다. 이날 장이 급락하자 기관들은 최근 급등한 종목을 매도하고 금융·통신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다. 기관은 이날 삼성전자(-1056억원), 두산에너빌리티(-668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하고 KB금융(553억원), 메리츠금융지주(201억원), 신한지주(192억원), KT&G(122억원), 우리금융지주(107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급락의 원인이 AI 버블 우려인 만큼 여전히 동력이 남은 정책 수혜주로 자금을 피신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간 국내 증시 상승은 AI 투자 사이클에 따른 반도체 종목이 주도했다.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가 183.13% 오를 때 KB금융은 16.5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1.97% 올라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정,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금융·배당주가 다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책 수혜에 따른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금융·배당주로의 피신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장성 남은 바이오도 선방제약·바이오 종목도 비교적 선방했다. 이날 KRX 헬스케어지수는 1.53% 하락해 다른 지수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 디앤디파마텍이 6.3% 상승했고 HLB는 1.49%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인 셀트리온은 0.79% 하락하는 데 그쳤다. 헬스케어지수는 6월 이후 이날까지 23.07%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반도체지수는 88.67% 올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날까지 바이오 업종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었다”며 “반도체 종목이 너무 많이 오른 만큼 바이오 종목을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1주일간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1위와 2위는 각각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11.36%)와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9.57%)가 차지했다. 기관들은 이날 알테오젠(329억원), 올릭스(92억원) 등 우량 바이오 종목도 순매수했다.
다만 AI 버블론에 따른 변동성이 단기에 그치면 다시 수급이 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AI가 버블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른 상황”이라며 “시장이 반등하면 메모리 반도체, 전력기기 등 기존 AI 관련 주도주에서 강한 회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