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안 부결땐 머스크 떠날 수도"…테슬라 주가 '출렁'

입력 2025-11-05 17:17
수정 2025-11-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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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가가 6일(현지시간) 주주총회를 앞두고 출렁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주는 대규모 주식 보상안이 주총을 통과할지를 두고 시장이 촉각을 세운 데 따른 영향이다. ◇머스크 1447조원 받을 수 있을까
4일 미국 나스닥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2주간 1.21% 올랐다. 이 기간 누적 변동폭은 크지 않지만 저점과 고점 차가 8% 정도로 등락을 거듭했다. 머스크의 보상안 통과 가능성이 달라질 때마다 주가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가 제출한 주식 보상안을 의결하는 자리다. 내용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10년 뒤인 2035년을 기한으로 12개 주요 경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단계별로 달성할 때마다 주식 기반 보상을 한다. 머스크가 전부 달성하면 의결권이 있는 테슬라 신규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최대 4억2370만 주 받는다. 월가는 보상안 총 규모가 1조달러(약 144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조3900억달러 수준인 테슬라 시가총액이 최종 목표치인 8조5000억달러를 넘겼을 때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10년 안에 테슬라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도달, 누적 기준 차량 2000만 대 인도, 자율주행 로보택시 100만 대 상용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100만 대 생산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머스크가 최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일정치마다 보상을 지급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가 모든 기준을 충족하면 테슬라 지분을 발행주 기준 약 15.8%에서 29%까지 늘릴 수 있다. ◇‘과도한 대가’ vs ‘대안이 없다’글로벌 투자자들은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4일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머스크가 창출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만 보상 규모와 주주가치 희석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펀드는 테슬라 지분 1.16%를 보유해 테슬라 6대 주주 중 하나다. 이 발표가 나온 날 테슬라 주가는 5% 하락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보상 규모가 과도하다며 글로벌 기관투자가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CEO 한 명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게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찮다. 테슬라 주식 0.4%를 보유한 바론캐피털의 론 바론 CEO는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머스크”라며 “다른 사람이 CEO가 되면 그만큼 못할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유명한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기술 경쟁이 치열해 전쟁 같은 시기에는 머스크가 CEO 적임자”라며 “일부 반대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찬성표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선 “통과 못하면 매도세” 우려월가는 보상안 통과 여부가 테슬라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시장은 안건 통과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분위기지만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며 “만일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테슬라의 미래에 부정적 전망이 퍼지면서 즉각 매도세가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데리코 메렌디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 머스크가 사임하거나, 자리에 남더라도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인공지능(AI) 기업 xAI 등 자신이 이끄는 다른 사업에만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테슬라 투자심리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