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3800포인트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가 4000포인트를 사수하며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반도체주 투자심리 악화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속에 급락했지만 조정을 매수기회로 활용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낙폭을 줄였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85% 하락한 4004.42에 거래를 마쳤다. 어제에 이어 2거래일 연속 2%대 조정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2조518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2조5657억원을 순매수하며 받아냈다. 기관은 794억원 순매도로 비교적 중립적 행태를 보였다.
이날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지수가 장 초반 1.61% 하락한 4055.47포인트로 거래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전일 미국 증시에서 펼쳐진 기술주 약세를 일부 반영하는 수준의 흐름이 예상됐다. 4일(현지시각) 나스닥종합지수는 2.04% 하락했다. 팔란티어(-7.94%)와 엔비디아(-3.96%) 등 국내 반도체주와 주가 상관성이 큰 기술주가 하락한 만큼 어느 정도 하락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오전 장에서 펼쳐진 하락은 이같은 예상을 흔들었다. 코스피지수는 개장 7분만에 4000포인트를 내주더니 오전 10시 34분께에는 3867.81포인트까지 밀렸다. 이 시점 SK하이닉스는 전일대비 9.22% 급락한 53만2000원까지 빠졌다. 삼성전자도 이달들어 최초로 '10만전자' 지위를 반납하며 9만6700원까지 하락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시장은 급격히 반등했다. 12시 27분께에는 4000포인트대를 회복하더니 52분에는 4038.05포인트까지 올라왔다. 장 초반 10%에 가까운 하락을 보였던 SK하이닉스는 일시적으로 전 거래일 대비 상승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증시는 이후 오후 장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4000포인트를 지켜내는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이날의 장세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수요와 개인의 조정 시 매수 수요가 교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가 올들어 60% 넘게 급등하는 과정에서 쌓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과 원화 약세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시장 전체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시를 둘러싼 유동성 조건과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란 점을 고려하면 오늘의 조정이 추세적 하락장의 전조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약세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의 10~15%대 조정 경고에 한국과 일본 증시가 하락했다"면서도 "시장의 '심리선'이라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대로 작용했고,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강세장 구간에 있는 만큼 조정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