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를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향해 "코스피 급락 피해자들의 집단소송감"이라고 5일 맹비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등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인 데 따른 비판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주식은 불안전 자산이다. 금융당국 고위직이 '빚투'를 '레버리지'로 포장해 찬양한 것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본 적이 없다. 부작용이 크다"며 "권 부위원장의 설레발을 믿고 빚투를 해 손해 보면 책임지나. 오늘 코스피 급락 사이드카 피해자들의 집단소송감"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주식시장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 글로벌 경제지표, 환율, 재정건전성 등 종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경쟁력을 정부 성과로 포장하려고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권대영이 딱 그 케이스"라며 "부동산 담보 대출은 극도로 제한하고, 주식 담보 대출은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면 시장경제 원리가 위협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권 부위원장은 사무처장 시절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주도한 인물"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두 차례나 공개 석상에서 칭찬하며 '잘했다', '보고 베껴라'라고 말했고,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처럼 반시장적 대출 규제로 정권의 ;'맞춤 정책'을 만든 인물이, 이젠 '빚투는 레버리지'라며 국민에게 '빚'을 부추기고 있다"며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히자, 빚을 낸 청년과 서민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 '빚투'를 통한 단기 주가 부양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빚 권하는 사회'의 핵심적인 모순이다. 대출을 틀어쥐고 출세한 자가 이제 빚투를 권장한다면, 이는 공직자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권 부위원장은 이중적이고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의 일관성 부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 부위원장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가 늘어서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빚투를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 예금, 시가총액 상위 10개에 대해 투자한 결과 10년간 수익률은 주식 투자가 제일 나았다"고 했다.
그러나 권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인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증시가 장중 6% 안팎으로 폭락했다. 특히 오전 10시33분께는 코스피지수가 6.16% 내린 3867.81까지 떨어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각각 7개월과 15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