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5일 15: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비롯해 글로벌 자본이 참여하면서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매도자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 8000억원을 두고는 ‘고평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오는 11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비롯해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캐피탈랜드운용이 숏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 예비입찰에 이름을 올렸던 MBK파트너스는 인수 검토를 중단하며 사실상 ‘4파전’ 구도로 압축됐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 12.4%)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으로, 지분율은 60% 후반대로 알려졌다. 최근 대신금융그룹과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 측 지분 등이 합류하면서 매각 범위가 최대 98%까지 확대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번 거래로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분 대부분이 새 주인에게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매도자 측의 매각 의지가 확고한 만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협의가 순조로울 경우 내년 상반기 소유권 이전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
숏리스트 후보들의 인수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은 최근 종로 사옥을 매각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해 84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생명은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통합 전략과 장기 운용 시너지를 앞세워 이지스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두 기업 모두 오너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만큼 막판까지 공격적 입찰이 예상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가 이지스자산운용을 품을 경우 대형 독립계 부동산 운용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며 "코람코자산운용이 2019년 LF 그룹 계열로 편입된 데 이어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인수 후보군인 해외 자본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아시아 지역 상업용 부동산 투자 경험을, 캐피탈랜드는 호텔·물류 등 국내 실물자산 개발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찰일이 다가오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관련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매도인 측은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90억원에 9배수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성과보수·거래보수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운용사를 전통 자산운용사처럼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8000억원이란 숫자는 수수료 수입(FRE) 기준으로 보면 국내 상장 리츠 운용사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리츠·해외·개발사업을 모두 병행하는 국내 유일의 풀 라인 부동산 운용사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발부채도 변수로 꼽힌다. 일부 해외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손실이 예상되거나 확정된 가운데 매각가 산정 과정에서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초자산 중 해외 비중은 약 30%로 알려졌다.
핵심 인력 유출 가능성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은 개발사업을 병행하며 인력 규모를 빠르게 늘려온 만큼 주인이 바뀔 경우 인력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내부적으로 맴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