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만으론 안돼"…K뷰티·패션 앞세워 해외 진출하는 백화점

입력 2025-11-05 11:53
수정 2025-11-05 15:13


K뷰티·K패션의 열풍을 타고 국내 백화점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일본, 프랑스, 태국 등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유통 첨병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해외 진출 방식에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전략 차이도 두드러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1월30일까지 방콕 최대 쇼핑몰인 ‘센트럴월드’에서 K-뷰티 브랜드 15개를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동남아 지역에서 급성장 중인 뷰티 시장을 겨냥해 한국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은 신진 브랜드를 현지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하고, K-컬처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로 꾸며졌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스킨케어부터 메이크업, 향수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국내 뷰티 브랜드가 참여한다. 스킨케어 브랜드 중에서는 메디필, 글로우, 브이티 등 7개 사가, 메이크업·향수 브랜드 중에서 뮤드, 코랄헤이즈 등 8개 사가 이름을 올렸다.

행사장에서는 윷놀이, 팽이 돌리기, 투호 등 한국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팝업 오픈을 기념해 7일에는 현지 인기 인플루언서 60여 명을 초청한 ‘오프닝 나잇’을 열어 한식 디저트와 전통 음료를 제공하는 케이터링 이벤트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각지의 주요 유통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번 방콕 팝업이 열리는 센트럴월드는 하루 평균 15만 명 이상이 찾는 방콕의 대표 쇼핑 명소다. 태국의 유통 공룡으로 꼽히는 센트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연 팝업스토어 행사에 프랑스 대표 백화점으로 꼽히는 프렝땅과 협력했다.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일본 시부야 팝업스토어는 일본의 랜드마크 쇼핑몰 ‘시부야109'와 손잡았다. 매출도 늘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하이퍼그라운의 올 1~10월 해외 팝업스토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매장을 상설 운영하는 방식을 펴고 있다. 지난 8월 더현대글로벌은 일본 도쿄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 첫 정규 매장 ‘더현대 글로벌 도쿄점’을 열었다. 연내 일본에 추가 매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도쿄 패션 중심지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약 660㎡(2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총 5개의 리테일숍을 개점할 예정이다. 일본 패션 플랫폼 ‘누구(NUGU)’를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메디쿼터스에 300억원을 투자해 실행력도 확보했다.

일반적인 팝업스토어 진출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현대백화점은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신이 플레이스 A11점에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광미츠코시는 타이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6개 도시에서 15개 점포를 운영하는 대만의 대표 백화점이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은 내수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백화점 3사의 매출은 모두 한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줄며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9% 늘었지만, 이는 마산점 폐점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덕분이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업황은 내수 소비 위축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각 사가 해외 출점, 플랫폼 다각화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려 하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