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신규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물론 기존 자사주까지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완충안’이 제시됐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분할 소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4일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신규 자사주 취득분은 1년 내 소각하되 자사주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은 조금씩 나눠서, 연 10%씩 분할 소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 코스피지수5000특별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은 자사주 강제 소각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재계 일각의 우려는 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병행하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며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제도는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야에서 각각 발의했다.
신규 자사주 취득분을 1년 내 소각하는 방안에는 특위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남은 쟁점은 기존 자사주 처리 방식이다. 그는 “(자사주) 보유 총량을 자본금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예외 조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예외 적용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상장 기업은 286곳에 달한다.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김 의원은 “이들 기업에 일괄 소각을 요구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예를 들어 연 10%씩 나눠 소각하는 ‘슬라이딩(단계별) 소각’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상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민사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배임 행위를 영역별로 구체화해 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무단 대출죄’ ‘지적재산권 사기죄’ ‘부동산 이중매매죄’ 등 구체적 죄명을 신설해 책임을 묻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허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은 물론 하도급법, 제조물책임법, 실용신안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묶어 입법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소송 등에서 전문가 사실 조사, 자료 보존 명령, 당사자 심문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최해련/이시은/최형창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