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中 희토류처럼 전략 자원화해야"

입력 2025-11-04 17:33
수정 2025-11-05 01:07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듯 우리도 반도체를 전략 자원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자 초청 행사에서 ‘예측 불가능한 세계 속 한국의 대응 전략’을 이같이 제안했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티머시 마틴 WSJ 한국지사장이 함께했다.

최 원장은 “우리 반도체 기업은 개별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미·중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기업들도 국제 정세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반도체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됐고 대만은 20%가 예상된다”며 “한국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15% 이하로 낮출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의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어려워 보이던 협상을 성사시킨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일본이 5500억달러를 3년 내 납부하기로 한 데 비해 한국은 10년에 걸친 ‘긴 호흡의 딜’을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에도 대규모 투자 부담이 발생한 만큼 세부 조정 단계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PEC 행사에 취재차 참석한 마틴 지사장도 “의미 있는 협상이었다”고 평했다.

이번 행사는 WSJ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 독자 초청 행사다. WSJ는 미국 내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경제신문으로,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발행 부수 47만4000부를 기록했다. 그동안 모기업 다우존스가 있는 일본에서는 정기적으로 독자 행사를 열어왔으나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한경이 단독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엘리스 다우존스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에서 개인·기업 독자층을 확대하고, 유일한 국내 파트너인 한경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한경을 통해 WSJ를 구독 중인 개인 및 기업 독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마지막 순서로 열린 네트워킹 세션은 참석자에게 호평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외 담당 관계자는 “APEC 이후 국제 정세에 관심이 높았는데, 대담과 질의응답(Q&A) 세션을 통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며 “비슷한 업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