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거품 논란 잠재운 팰런티어 '사상 최고가' [핫픽! 해외주식]

입력 2025-11-04 17:51
수정 2025-11-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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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거품론’의 한복판에 있는 팰런티어가 지난 3분기 또다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상업용 매출이 두 배 이상 급증해 민간 시장으로의 확장력이 부족하다는 거품론자의 비판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 팰런티어 주가 하락에 대규모로 베팅하는 등 과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1개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 넘어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3.35% 오른 207.18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19.7%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올 들어서는 173.9% 급등했다.

팰런티어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매출이 1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0억9000만달러)보다 8.3% 많았다. 주당순이익(EPS)은 0.21달러로 시장 예상치(0.17달러)를 웃돌았다. 이 회사는 21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내 매출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정부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4억8600만달러, 상업(민간) 부문 매출은 121% 늘어난 3억9700만달러로 나타났다.

상업 부문에서 체결된 계약 총액(TCV)은 13억1000만달러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팰런티어는 엔비디아,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노우플레이크, 통신 인프라 업체 루멘 등과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정부 매출 의존도가 높은 방위산업 소프트웨어 업체에 불과하며 민간으로의 확장력이 부족하다’는 월가의 지적을 무색하게 한 것이다.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실적 발표는 금융 분석가와 수다쟁이들을 당황하게 했다”며 “그들의 인식 틀은 이처럼 거대한 기업이 이렇게 맹렬하고 쉼 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분기 매출 전망치는 13억2700만~13억310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1억9000만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PER 680배, 고평가 논란 계속팰런티어의 가파른 성장세는 정부와 기업에 AI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미국과 그 동맹국의 핵심 공급 업체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01년 9·11 테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2003년 피터 틸, 카프 등이 공동 창업했다. 정부와 기업의 파편화된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온톨로지’가 핵심 기술이다.

올해 주가 급등으로 팰런티어는 시가총액이 4913억달러(약 700조원)로 늘어 엔비디아,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테크가 됐다.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고평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680배에 달한다. 도이체방크는 “팰런티어의 PER은 우리의 모든 커버리지 종목 중 두 번째로 비싼 주식의 세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은 “역사적으로 극단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지속 불가하다”며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투자전문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팰런티어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500만 주를 매수했다.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월가 금융업체 중 팰런티어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낸 곳은 16%에 불과하다. 68%는 ‘중립’, 16%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팰런티어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4% 넘게 하락했다.

최만수 기자/뉴욕=김종학 한국경제TV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