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만드는데 이런 정성이…하이트진로가 소주용 쌀 키우는 사연

입력 2025-11-04 19:20
수정 2025-11-04 19:30


하이트진로는 증류식 소주의 발효 특성과 향미 구현에 최적화된 쌀 품종인 '주향미'를 선정해 시험재배까지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주향미는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신품종 쌀이다. 하이트진로와 함께 양조 특성을 평가하여 증류식 소주 제조에 특화된 전용쌀로 선정했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이 쌀을 증류식 소주 제품인 일품진로 제조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쌀의 상표명도 ‘일품진로쌀’로 출원했다.

주향미는 류신, 페닐알라닌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해 깊은 향이 더해졌고, 기존 쌀보다 아이소 아밀아세테이트가 82%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아이소아밀아세테이트는 바나나, 배 등 과실향을 내는 원천이기도 하다.

주향미는 찰기가 적고 알칼리붕괴도가 낮아 가공 안정성이 뛰어나 증류 과정에서 에스테르 계열 향기 성분이 풍부하게 생성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주조 과정에서 바나나·사과·장미를 연상시키는 과일·꽃 향의 고급스러운 향미를 구현한다는 게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등의 설명이다. 농진청이 진행한 관능 평가에서도 향과 맛, 종합 선호도 모두 기존 품종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강원도 홍천곡산영농조합법인과 협력해 주향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올해 3헥타르(ha) 규모에서 14t을 수확했다.




그동안 국내 증류식 소주 업체들이 지역 고유의 쌀, 곡물을 이용한 적은 많았지만 소주 제조에 특화한 쌀을 도입하는 업체는 하이트진로가 처음이다. 그만큼 소주의 맛에서 쌀의 품질 자체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다 전통주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선 쌀 품종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통상 식용미의 경우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고시히카리(越光)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 사케를 빚을 때는 향과 맛이 두드러지는 오마치(雄町), 야마다니시키(山田錦) 등 주조용 쌀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케 제조업체들도 술 이름에 특정 종류의 쌀을 명기하며 맛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로 향미 재배가 국내 쌀 소비 진작에 기여하고, 지역 농가와의 상생도 지속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강원도 홍천군과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재배 농가와의 동반성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전무는 “하이트진로는 세계 1위 소주 판매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소주와 국산쌀의 가치 및 원료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앞장설 계획이다”며, “일품진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증류식 소주로서 양조용 쌀의 품질을 높이고, 국내 쌀산업과 상생하는 브랜드 역할을 지속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