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전날 내란 특검팀이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여야 간 대치가 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당 소속 의원 107명 전원 명의로 특검 수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강력히 규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기 10분가량 전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은 정장과 마스크 차림으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근조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입장하자 “범죄자가 왔다”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침묵시위에 앞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이 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며 “이재명 정권이 이제 터널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또 지난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점을 거론하면서 “재판을 한 번만 더 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특검이 추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없는 죄를 만들어 영장을 청구했다”며 “야당을 내란 세력, 위헌 정당으로 몰아 해산시키고야 말겠다는 정치보복 수사”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야당을 지워버리고 본인의 재판을 중단시키기 위해 사법부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로 나아가겠다는 무도한 이재명 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전날 내란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0월에는 21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예비후보 신분일 때 서울 수서역에서 명함을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정권의 치졸한 야당탄압 정치보복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