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올들어 76%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가 뛰면서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단순히 계좌 개설이 아니라 실제 주식 거래에 쓰인 계좌를 뜻한다.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증권저축 계좌를 집계한다. 거래가 없는 계좌가 제외돼 실제 투자자 수를 가늠할 수 있다. "랠리 올라타자"…올들어서만 876만개 늘어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9533만3114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8656만8337개) 대비 불과 10개월 사이 876만4777개가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한동안 7000만개 수준에서 계속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 2월 해외 주식 열풍에 힘입어 8000만 개로 불어났고, 올들어서는 증가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5월12일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처음 9000만 개를 돌파한 이후 5개월여만에 9500만개를 넘어섰다. 작년 한국 인구 수(5175만명)보다 80%이상 많다. 국민 1명당 주식거래 계좌를 대략 2개 정도 보유한 셈이다.
'박스권' 옛말…"하이닉스 262% 급등, 너도 나도 주식한다"금융투자업계에선 올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빠르게 연속 경신하면서 '랠리'에 올라타려는 주식 계좌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6일 3700선을, 같은달 20일엔 3800선을 연달아 깼다. 이어 같은달 24일엔 3900선을 뚫었고, 27일엔 4000선을 밟았다. 지난 3일에는 4200선마저 넘어서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대형 기업들의 주가 상승폭이 높은 게 이번 장의 특징이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올들어서만 108% 오르며 지난 3일엔 역대 처음으로 11만원선을 넘겼다. SK하이닉스는 올들어 262%나 급등해 62만원선을 밟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그간엔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투자 계좌를 만들며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은 택시를 타도, 식당을 가도 주변이 온통 주식 얘기 뿐"이라며 "그간 '박스권' 한국 증시라는 고정관념에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점차 주식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고 했다. 증시 거래대금도 역대 최대치 근접…'코로나때와 비슷'이같은 분위기에 국내 증시에 오가는 돈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하게 올랐다. 지난달 국내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은 40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51% 급증했다.
이는 2021년 1월 역대 최대치(42조100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시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이 빠르게 금리를 내려 유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또 '차세대 유망주' 1순위로 꼽힌 주요 이차전지 기업이 상장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 관심이 높기도 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거래활동계좌수와 투자자예탁금을 고려하면 최근의 증시 거래대금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일 수 있다"며 "특히 2020년 이후 주식계좌수가 이전보다 가파른 기울기로 늘고 있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자체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예탁금과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같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 관심도가 높아지는 와중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 계속해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한동안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 글로벌 정책 모멘텀 강화 국면에 진입했다"며 "유동성 환경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시차를 두고 경기 회복 기대도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연내 코스피지수 목표 전망치를 기존 4100에서 4250으로 올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