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00만원? 농담인 줄 알았는데…'소름' [심성미의 증시 돋보기]

입력 2025-11-03 11:05
수정 2025-11-03 12:37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닌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3일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00만 원으로 제시했다.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PER 11배를 적용한 결과다. 삼성전자에는 PER 15배를 적용해 목표주가 17만 원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평가에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수단은 PBR이었다. 반도체 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과 불황 시기의 실적 차이가 극명해 순이익 기반의 밸류에이션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순자산을 기준으로 평가해 왔다.

EPS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PER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 국면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EPS 상승 속도가 PER 하락 속도를 상회하기 때문”이라며 “PER은 메모리 업종의 주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PER이 높을 때 매수하고 낮을 때 매도하는 전략이 효율적인 업종이었다”고 덧붙였다.

SK증권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선(先) 증설, 후(後)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증설 과정에서 초과 공급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반도체 업황의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는 PER 기준의 밸류에이션이 일반적이다. 한 연구원은 “TSMC는 ‘선수주, 후증설’ 방식으로, 대규모 증설을 하더라도 시장은 초과 공급을 걱정하지 않는다”며 “거시경제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이 PBR에서 PER로 바뀌는 배경에 대해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과거 PBR 밴드 상단을 돌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EPS와 PER이 함께 상승하는 흐름도 관찰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과거에는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하는 구간에서만 EPS와 PER이 동반 상승했다”며 “보통 호황기에는 PER이 낮아지고, 불황기에는 PER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전환 구간이 아니라, 2023년 이후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했다.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2027년까지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 연구원은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가치평가에 여전히 PBR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실적의 안정화와 구조적인 성장세가 장기화된다면 PBR 적용의 명분은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자들의 제한된 공급 여력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사이클을 장기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