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에게 성폭행 당했다"…유튜버 눈물의 고백

입력 2025-11-03 08:12
수정 2025-11-03 08:30

다이어트 콘텐츠를 주로 올리며 활동해온 20만 구독자의 유튜버가 성폭행 피해를 직접 고백했다.

유튜버 A씨는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 말을 꺼내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제목으로 게재한 영상에서 "전 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인데 1년 365일 중 331일을 울면서 지냈다"며 "작년 5월 23일 새벽 2시에 택시 기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영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채널 운영자가 겪은 성폭행 고백과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및 이로 인한 극심한 우울감, 심리적 고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시청에 주의를 당부했다.

A씨는 이후 "솔직히 제가 성폭행 피해자지만 왜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숨기고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내가 성폭행당한 걸 사람들에게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안쓰럽고, 안타깝고, '쟤는 성폭행당했네' 이렇게 생각하겠구나 해서 계속 참고 유튜버로 생활해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돈을 얻으려 이러는 거라고 악플을 쓰는 사람도 있어서 최대한 카메라 앞에서는 안 울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A씨는 최근 마라톤에 도전하는 등 '건강한 다이어트'를 강조해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성폭행당한 후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자궁이 완전히 망가졌고, 1년째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현재도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게 망가져서 잠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하고, 밥도 만들어 먹고, 운동도 하는데 제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어제는 심하게 공황이 오고, 발작과 과호흡에 우울감과 불안으로 집중이 안 됐다"면서 지난 8월 자해 시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 "최근에 메일로 저의 구독자님도 저와 똑같은 성범죄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걸 읽으며 '나만 당한 게 아니구나', '정말 많은 여성이 성범죄를 당하고 있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성폭행당한 후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영상을 찍고 싶더라"며 "다른 유튜버분들은 항상 밝고, 웃고, 남에게 활기를 주는 영상을 많이 찍어서 저도 일부러 1년 반 동안 더 그렇게 해왔는데, 성폭행당한 후 공황, 우울, 발작을 다 갖고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 밝은 척하는 게 너무 버거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소송 과정의 괴로움도 전했다. "우리나라 소송 체계가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몇 년씩 더 고통받아야 하더라"며 "소송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 아니다. 1년 반 동안 했는데, 안 끝난다. 다 왔다는데 안 끝난다. 그러면서 저는 점점 죽어가는 거다"고 털어놓았다.

또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이 저에게 '성폭행당할 때 왜 신고 안 했냐'고 하더라"며 "본인이 직접 당해보면 바로 신고할 수 있을 것 같냐. 안 된다. 저는 그래도 바로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신고했는데, 그래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라고 2차 가해의 괴로움을 토로했다.

영상 공개 후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영상에 대해 "지금도 진행 중인 제 힘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하며 "이 영상을 계기로 제 유튜브 방향성도 바꾸려 한다.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