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이 최근 10년 새 두 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는 10명 중 7명이 외국으로 떠날 의향이 있거나 실제로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이공계 석·박사급 19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2.9%가 “향후 3년 내 외국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72.4%로 가장 높았고 30대(61.1%), 40대(44.3%) 순이었다. 2010년 기준 미국 체류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약 9000명이었는데 2021년엔 1만8000명 수준으로 두 배 증가했다. 1년에 약 200명이 해외로 순유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이직을 원하는 이유를 묻자 66.7%가 금전적 이유를 꼽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 연구자 간 임금 격차가 컸다. 해외 체류자는 13년 차에 가장 많은 36만6000달러를 받는데 국내 체류자는 19년 차에 최고점(12만7000달러)을 찍었다. 임금 수준 자체가 낮은 데다 연공서열형 구조로 젊은 인재가 많은 연봉을 받기 어렵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인적 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