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반도체 "차량용 칩, 퀄컴 아성에 도전"

입력 2025-11-03 17:13
수정 2025-11-04 02:08
“하이엔드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이 몇 년 안에 판가름 납니다. 우린 최정상 리그에서 승부를 보겠습니다.”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사진)는 3일 경기 성남시 판교동 본사에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I 가속기 분야를 선점한 퀄컴의 아성에 도전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모토로라, IBM을 거쳐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박 대표는 2022년 차량용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보스반도체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15~20년 차 베테랑을 주축으로 설계 연구 인력 200여 명을 끌어모았다. 2028년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업계의 전환에 맞춰 가장 어렵지만 가장 돈이 되는 AI 반도체 시장을 한 번에 파고들기 위해서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는 엔진과 에어백, 브레이크 등 정해진 기능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에 막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 기능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자 이를 뒷받침할 연산력을 갖춘 첨단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차량용 AI 반도체 시장은 이스라엘 모빌아이와 미국 퀄컴 등 글로벌 업체가 선점했다. 이들을 이기기 위한 보스반도체의 해법은 거대 칩 한 개를 여러 개로 쪼개 초고속 인터페이스로 묶는 ‘칩렛’ 기술이다. 박 대표는 “기존 기술로는 비용과 수율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칩렛을 통해 AI 반도체의 가격, 납기, 확장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스반도체는 이 기술을 차량용에 본격 적용해 AI 가속기 ‘이글N’을 개발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샘플 테스트를 통과해 내년 양산 칩 공급을 준비 중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반을 구현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반도체 ‘이글A’도 2028년 공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칩렛 기반은 기존 방식 대비 최대 50%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이글A와 이글N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면 자율주행뿐 아니라 로보틱스, 산업용 에지 AI 기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도 보스반도체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시드 및 프리시리즈A 등 두 번 연속 지분을 투자했다. 일반 차량용 반도체에 비해 가격이 10배 이상 높은 AI 반도체 시장을 소수 해외 기업이 장악하면 가격이 과도하게 오를 수 있어 국내에서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성남=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