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닉스' 된다는데…'SK하이닉스, 팔면 안되겠네' [종목+]

입력 2025-11-03 22:00
수정 2025-11-03 23:50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 과거보다 길고 강할 것이란 전망에 실적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가운데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종목)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파격 전망까지 나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10.91% 급등한 62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2만400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장중·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가다. 일간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건 지난 4월10일(11.03%)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 지난 24일 50만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6거래일 만에 60만원도 넘어서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400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3거래일 만에 사상 처음으로 450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기관투자가가 SK하이닉스를 3123억원어치 담아 주가를 밀어 올렸다. SK하이닉스는 기관의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협력에 따른 AI 생태계 확장 기대감이 매수세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 4곳(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장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강도가 과거보다 강할 것이란 전망도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과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99조원과 128조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목표가도 기존 54만원에서 84만원으로 올렸다. 2027년까지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일제히 70만원으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인 흥국증권(55만원→75만원) 신한투자증권(50만원→73만원) NH투자증권(50만원→71만원) DB증권(51만원→70만원) iM증권(53만원→68만원) 등도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잇달아 올려 잡았다. 특히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가치평가 방식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닌 주가수익비율(PER)로 반영하면서 목표가를 기존 48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이 '선(先)증설 후(後)수주'에서 '선(先)수주 후(後)증설'로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PBR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거시경제 기반의 높은 실적 변동성에 따른 선택이었을 뿐"이라며 "AI 사이클 내 메모리 산업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SK하이닉스 실적은 최근 3년간 거시경제의 흐름에 연동되지 않고 있으며 메모리 사이클 강도가 강력해지면서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가치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급 부족과 맞물린 장기적 수요 강세 국면은 메모리 산업을 '선수주 후증설'의 구조로 변모시킬 것"이라며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 없이 AI 로드맵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물량 확보를 위한 2~3여년의 장기 공급계약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