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입니다. 어느정도 수익을 낸 투자자라면 일부를 차익실현하고 또 다른 투자 타이밍을 기다릴 때입니다."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과열 구간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TCK인베스트먼트는 서울과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초고액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법인 등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자산운용사다. 기업 창업자나 대주주 등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맡아 굴린다.
토포 회장은 글로벌 증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테마에 의존해 상승한 상황"이라며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인데, 이 가운데 10개 대형 기술주를 제외하면 PER이 19배로 내려갈만큼 집중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론 과거 닷컴버블과 달리 현재 증시를 이끄는 기업은 실적 성장이 강력한 좋은 기업들"이라며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좋은 주식도 비싼 가격에 산다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 역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과열구간에 접어들었다는 게 토포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한국의 투자 격언에 비춰볼 때 지금은 증시가 어깨까지 올라온 상태"라며 "증시가 조금 더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빠른 대응이 어려운 개인투자자라면 일부 차익실현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TCK인베스트먼트 역시 2022년부터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증시 비중을 글로벌 시가총액 대비 높게 유지해왔지만, 최근 절반가량을 차익실현했다. 달러기준 국내증시 수익률이 100%까지 급등한데다 증시가 단기 과열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식 외에 주목해야할 자산에 대해 묻자 "지금은 공모 시장 내에서 매력적인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자산이 너무 비싸졌다는 판단이다. 토포 회장은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해 다음 투자 타이밍을 기다려야 할 때"라며 "주식 시장에 새로 뛰어들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자기만 소외되는 두려움)'를 느끼기 보다는 현금을 쥐고 기회를 엿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펀드나 사모펀드(PE)는 여전히 투자기회가 있다고 봤다. 토포 회장은 "과거에는 수익성있는 기업은 대부분 주식시장에 상장했지만 최근에는 자금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비상장으로 남는 기업이 많다"며 "다만 좋은 비상장 주식은 투자기회를 잡기 어렵고 펀드마다 성과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을 신중히 선별해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PE가 수익을 낼 기회도 늘었다는 게 토포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코로나 이후 공급망 재편, 미중 관계 불확실성 등 경영 환경이 복잡해진만큼 경영 전문가인 PE를 찾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며 "한국의 초고액자산가들도 가족 기업을 중심으로 비핵심 사업부문을 PE에 매각하고 금융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금과 비트코인 등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냈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한만큼 시장을 따라가는 수준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만, 투자하기에 좋은 자산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토포 회장은 "금과 비트코인은 이자가 없어 가격을 책정(밸류에이션)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고액자산가들 역시 강한 '베팅'을 하기보다는 시장 상승세를 따라가는 수준의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