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일 경북 경주에서 막을 내렸다. 나흘간 이어진 회의 기간 내내 각국 정상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K디저트다. 황남빵, 안녕샌드, 호두과자 등 한국식 간식을 잘 대표하는 다양한 디저트가 정상회의장 곳곳에 등장해 미식 외교의 장을 열었다.
시진핑 주석 "맛있다" 말한 경주 황남빵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건 단연 경주의 상징인 황남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장에 입장하며 직접 황남빵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고, 이 말을 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참모진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시 주석의 방한을 환영하며 갓 구운 황남빵을 보자기에 싸서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 대표단에도 황남빵 200상자가 전달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다른 APEC 회원단에도 황남빵을 선물하라고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황남빵은 1939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개발된 달콤한 팥소가 들어간 빵으로 이번 APEC 회의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도 황남빵을 귤, 김밥과 함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K푸드로 소개하며 “경주에 오면 십중팔구 이 빵을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시 주석의 발언이 화제가 된 이후 황남빵은 재고가 달릴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SPC 파리바게뜨의 '안녕샌드'도 행사장 인기 품목이었다. 버터 쿠키 사이에 조청 카라멜, 통들깨, 마카다미아를 넣고 ‘안녕’이라는 한글 인사말과 전통 문양을 새겨 넣어 한국적 감성을 더했다. 파리바게뜨는 APEC 공식 협찬사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며 ‘안녕샌드 전용 존’도 마련했다. 행사 기간 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으며 SNS에 긴 대기줄이 인증샷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곶감 파운드, 약과 티그레, 서리태 카스테라 등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들도 함께 제공돼 각국 취재진의 관심을 모았다.
호두과자·찰보리빵도 인기
‘이장우 호두과자’로 알려진 부창제과의 호두과자 역시 주요 회의 공식 디저트로 활약했다. 고급 포장에 담긴 호두과자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외교·통상합동관료회의(AMM), APEC CEO 서밋 등 주요 회의 테이블마다 올라 외신 기자들과 해외 정상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창제과는 1990년대에 문을 닫았던 경주지역의 한 전통 제과점을 외손자인 FG의 이경원 대표가 복원해 다시 세운 브랜드다. 호두정과, 우유니소금크림호두단팥빵, 맘모롤 등 다양한 제품도 행사장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는 경주 제과 기업인 단석가의 ‘찰보리빵'과 '찰보리떡'도 K푸드 스테이션을 통해 제공됐다. 찰보리빵은 경주산 찰보리 100%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과 촉촉한 팥앙금이 조화를 잘 이룬다.
미식 외교는 만찬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총괄 셰프로 참여한 APEC 환영 만찬은 경주산 식재료로 구성했다. '한국의 가을'을 주제로 밀쌈과 단감·잣 소스를 곁들인 게살 샐러드가 마련됐다. 메인 요리로는 완도산 전복과 조랭이떡을 더한 경주 천년 한우 갈비찜, 곤달비 나물 비빔밥과 경주 콩 순두부탕이었다. 구운 잣 파이, 된장캐러멜 인절미, 지리산 국화차 등으로 차려진 디저트가 호평을 받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