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열리는 한·중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비핵화가 협의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지 말라는 선제적인 압박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31일 발표한 담화서 "한국은 기회만 있으면 조선반도비핵화문제를 거론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백번 천번 만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내성 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간 우리 정부가 비핵화를 언급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해 왔다. 박 부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국적 지위를 애써 부정하고 아직도 비핵화를 실현시켜보겠다는 망상을 입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의 몰상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는 꼴이 된다는 것을 한국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1년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전 방한한 시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연다. 한·중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후 약 1년 만이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1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하나 채택될 것"이라며 "민생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의제는 협의를 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보다 지위가 낮은 박 부상을 통한 담화라는 점에서 북한이 시 주석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절제된 신호로 한중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라고며 "'인내성 있게 보여주겠다'는 표현은 핵 무력 시위의 전조로 보이며 외교적 선전전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중국 열병식에 참석한 뒤 북·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은 중국이 한국의 비핵화 논의를 용인한 것 자체에 불편한 심기를 표한 것으로도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은 최근 북·중 관계 복원 감안 시 비핵화 언급 없이 한반도 평화안정 및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강조할 것"이라며 "다만 한국의 핵 추진 참수함 개발 추진에 대해선 핵확산 우려와 함께 NPT 준수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배성수/이현일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