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로봇 두뇌' 삼성 파운드리가 만든다"

입력 2025-10-31 17:54
수정 2025-11-20 21:49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모두 생산할 것”이라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밝혔다. AP는 로봇과 자율주행차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애플에 이어 또 다른 초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계약을 확보한 것이다.

젠슨 황은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AP가 언제부터 생산되는지,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생산 공장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프로세서가 어디서 만들어지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젯슨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이것을 삼성이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젠슨 황은 한국이 로봇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은 노동력이 부족한데 로봇을 사용하면 성장할 수 있다.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로봇을 제조해 공장에 투입하고, 로봇을 통해 더 많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아주 놀랍지 않냐”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강연에선 “인공지능(AI)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 제조 기반 등 3개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 모두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이 ‘피지컬 AI’(AI를 장착한 로봇)로 불리는 차세대 AI 시대에 특히 많은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에 대해서는 “내년 2분기 최신 루빈 AI 서버를 출하하는데, 양산 시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을 잘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두 기업 모두 엄청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성장을 위해 모두가 필요하다”고 했다.

젠슨 황은 AI를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터넷, 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를 망치와 스크루드라이버에 비유하며 “인간이 직접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점점 힘을 잃고, AI가 추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혁명적인 AI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은 인간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산업은 시장 규모가 몇조달러에 그치지만 AI는 수백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챗GPT는 AI산업의 아주 작은 단면일 뿐”이라며 “AI를 두뇌로 장착한 로봇이 자율주행차 등 다른 AI를 만드는 AI 팩토리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은 AI산업에 투자가 몰리고 사용자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은 고통을 받은 민족인데, 고통을 통해서만 위대함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일 봐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두 기업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다. 그들의 파트너십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경주=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