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철소까지 4년 못기다려"…포스코, 美철강사 손잡고 관세 돌파

입력 2025-10-31 17:44
수정 2025-11-01 08:43
“2029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미국 2위 철강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지분 인수 결정을 앞두고 포스코그룹 고위 인사는 회의 중 이렇게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8조5000억원을 투자해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지만 지금 건설한다고 해도 4년이 더 걸린다. 미국 시장에서 철강 고율 관세(최대 50%)가 부과된 상황에서 수출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포스코그룹이 클리블랜드클리프스에 내년까지 조(兆) 단위를 투자해 대규모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배경이다. ◇내년부터 美서 쇳물 뽑아 관세 돌파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미국에서 철광석 채굴부터 제강·압연까지 완결된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네소타주에 철광석 광산을 보유하고, 인디애나·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주 등에 제철소를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은 192억달러(약 27조2500억원)로, 일본제철이 인수한 US스틸(150억500만달러)보다 많다. 고용인원만 3만 명에 달한다.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는 미국 관세 때문에 철강 수출이 줄고 있다. 올해 1~8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73만t(21억4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었다. 지난 5월까지 25%였던 관세가 7월부터 50%로 인상되면서 7~8월 수출이 특히 급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하반기 대미 철강 수출이 상반기보다 약 9%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과 함께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029년 가동 예정인 중장기 프로젝트다. 새로운 제철소를 직접 짓기엔 시간이 없다. 포스코엔 이미 인프라를 갖춘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지분 제휴 및 공동생산이 가장 현실적 해법인 이유다. ◇MASGA 조선용 후판도 공급 전망클리블랜드클리프스 입장에서도 포스코는 매력적인 파트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80억달러(약 11조45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전기강판 등 친환경 고급 제품 라인 확장을 위해 외부 자본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기술력과 자본을, 클리블랜드는 생산 인프라와 현지 고객을 제공하면서 상호보완적 동맹을 구축할 수 있다. 셀소 곤살베스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스코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양사의 자원과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기준 7조원 이상이다. 2027년까지 1조2000억원 추가 현금 창출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업계는 포스코가 1조~3조원 규모 미국 전략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재무적으로 충분히 감내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철강업계는 이번 행보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응하는 포스코판 현지 공략 모델이라고 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넓힌 것처럼 포스코도 클리블랜드클리프스 투자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현지 시장 장악력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MASGA)와도 연계할 방안이다. MASGA가 본격 추진되면 대규모 후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클리블랜드 제철소를 활용하면 미국 내에서 직접 조달하는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미국 자동차용강판 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미국 내 우리의 현재 고객에게 미국산 철강을 공급하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를 한 단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진원/성상훈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