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서른살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안티 체크리스트

입력 2025-10-31 16:56
수정 2025-11-01 00:01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가수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통해 ‘덧없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이별을 반복하는 인생의 허무함’을 전했다. 좌충우돌의 20대를 지나 서른 즈음이 되면 조금씩 인생의 쓴맛을 알아간다는 진리를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1994년 발표된 이 노래는 요즘도 서른 즈음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노래방 애창곡이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여러모로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인생의 분기점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독일에서는 <30살까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30가지(30 Dinge, die du mit 30 nicht erreicht haben musst)>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인터넷 서점에는 “이건 정말 내 얘기다” “해방감이 느껴진다. 정말 필요했던 책이다” “무조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등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결혼, 주거 문제 해결, 멋진 직업과 경력, 출산과 육아 그리고 세계여행 등 서른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 아파 온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이 목록은 정말 믿을 만한 것들인가? 책은 서른 즈음에 느낄 법한 각종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티 체크리스트(Anti-Check List)’를 소개한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자유롭고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향한 30가지 선언문이자 만트라(Mantra)가 펼쳐진다.


<30살까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30가지>는 저널리즘과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미디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서른두 살 동갑내기 세 친구가 함께 썼다. 20대를 함께 지내며 서로의 비밀을 지켜줬고, 2022년부터 팟캐스트 프로젝트 ‘서른(Dreissig)’을 함께 시작했고, 그리고 지금은 각자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는 세 친구(크리스티나, 클레어, 카트린)는 자신을 압박하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성공 법칙에 하이킥을 날린다. 누구는 누구랑 결혼했대, 누구는 어디에 집을 장만했대, 누구는 어떤 차를 샀대, 누구는 어디를 여행 중이래…. 서른 살이 되면 인생의 러시아워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서로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 없는 이야기들로 속이 답답해질 때 책은 속 시원한 소화제 역할을 해준다.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연애할 필요 없어! 자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가정 살림을 완벽하게 할 필요 없어! 일이 반드시 재미있어야 할 필요 없어! 반드시 몸을 사랑할 필요 없어! 품위 있게 나이 들 필요 없어! 반드시 취미를 가질 필요 없어! 굳이 세계여행을 해야 할 이유도 없어! 등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반드시 따를 필요도 없고, 또 그걸 반드시 서른까지 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저자들은 수다스럽게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기준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통쾌한 조언을 제공한다. “서른 살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 자신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며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로 자신 있게 인생을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