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 제조 역량, 로보틱스로 피지컬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국내에 포진해 있다는 의미다.
황 CEO는 30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세션에서 "세계적으로 3가지 기본 핵심 기술을 가진 나라가 몇이나 되나"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꼭 필요한 기술인데 한국이 엄청 많이 가지고 있다"며 "다음은 제조 역량이다. 소프트웨어와 제조 역량을 결합하면 로보틱스의 활용 기회가 많아지고 이게 피지컬AI의 차세대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은 소프트웨어와 제조, 여기에 AI 역량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공장이 디지털화되고 있고 슈퍼컴퓨터가 구축되고 있다. 기술 기업과 손잡고 로보틱한 공장을 만들려고 한다"며 "공장 전체가 로봇으로 구동되고 로봇이 인간과 함께 구동하는 것, 로봇이 로봇을 조작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게 바로 AI의 미래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에 막대한 영향과 기회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CEO는 이날 국내 기업들과 AI 기술 개발과 제조 혁신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은 데 대해 "훌륭한 발표를 했다. 한국에 많은 친구가 있다"며 "우리는 한국에 AI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 이제 한국은 AI 주권국가, AI 프론티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이날 정부와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황 CEO는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GPU 인프라를 6만개로 더 확대하기로 했고 삼성과는 AI를 같이 만들어 디지털 트윈 시스템 중심으로 5만개 이상의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SK그룹과도 AI 팩토리를 만들고 현대차와도 로봇 공장을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CEO는 "우리는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카이스트 같은 한국의 학계와 스타트업과도 손을 잡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30년간 환영해줘서 감사하다. 여러분은 제가 걸어간 여정의 파트너"라며 "이제 한국은 AI 주권 국가, AI 프런티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 검은색 가죽 재킷이 트레이드마크인 황 CEO는 이날 어두운 정장에 녹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섰다.
그는 연설 서두에서 "치킨 정말 맛있었다. 제 친구들과 치맥을 즐겁게 한잔했는데 한국 즐기는 데 있어 치맥이 최고"라며 전날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진행한 깐부 '치맥 회동'을 언급했다. 치맥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 했다.
황 CEO는 특별연설을 마친 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함께 행사장 5층을 찾아 경주 시내를 둘러본 뒤 엔비디아의 별도 기자간담회장으로 이동했다. 황 CEO는 행사장에 들어서며 전날 열린 미중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두 대통령이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문에 나온 걸 보고 정말 기뻤다"며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황 CEO를 만나 정부 입장에서 엔비디아의 한국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황 CEO를 만나 치맥 회동에서 골든벨을 울린 것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치킨을 드시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봤는데,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골든벨을 받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전 세계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 지원을 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대한민국 흑자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