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저가수임 경쟁이 감사 품질 저하 불러…품질 중심 감독 강화"

입력 2025-10-31 15:45
이 기사는 10월 31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계법인간 저가 수임 경쟁이 회계감사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감사보수 대신 품질을 중심으로 한 회계감독 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감사시간이나 인력 등을 과도하게 줄여 감사품질을 훼손한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와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8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지나친 저가수임 경쟁은 감사 투입인력과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 감사품질을 저해할 수 있다”며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회계품질을 우선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저가 수임 경쟁은 회계투명성을 해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됐다. 대기업 위주로 회계법인간 감사보수를 낮추는 경쟁이 격해지면서 감사시간을 줄이거나 인력을 최소화하는 등의 행태가 나타났다. 이로 인한 감사품질 저하가 회계부정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회계업계와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위원장은 감사 품질을 높여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감사보수 대신 품질을 중심으로 한 회계감독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감사인 선임·지정 방식을 전면 개편해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감사보수나 인력 규모 등이 주요 기준이었지만 앞으로는 감사인별 품질평가 결과의 반영 비중을 대폭 높인다.

표준감사시간보다 감사시간이 현저히 적거나 과거보다 투입시간이 급감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감사인 감리 실시를 검토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감사를 받는 기업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합리적 사유 없이 감사시간을 줄인 회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재무제표 심사나 감사인 지정 등의 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회계부정 제재를 강화하는 만큼 회계감리 조치 대상자의 방어권도 보완한다. 제재 각 단계에서 조치대상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절차를 검토한다. 회사·감사인과 금감원 간의 회계기준 해석 차이와 관련해서도 의견청취절차 등을 보완할 예정이다.

이날 회계업계에서는 공인회계사의 과잉 공급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합격하고도 실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가 수백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공인회계사가 자본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수급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영리·비영리부문을 아우르는 회계기본법 제정에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 회계법인들이 대형사 중심의 지정제 구조를 뚫지 못하는 이른바 ‘유리천장’ 문제를 언급하며 세컨티어 회계법인 육성도 촉구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