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뉴진스(NewJeans) 멤버들이 제기한 ‘아일릿(ILLIT) 매니저의 괴롭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시하라”는 발언이 실제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있었다고 해도 하이브 측이 사실 확인 절차 등 보호 조치를 충실히 거쳤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지난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계열사 직원에 의한 괴롭힘' 주장을 기각했다. 전문가들은 "괴롬힘 피해 복기 과정에서 상대방의 언어 사용에 의한 ‘기억의 2차 왜곡’을 재판부가 직접 인정한 사건"이라며 "괴롭힘 초기 진술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준다"고 설명했다. “무시하라” 단어는 민 대표가 먼저 사용판결문에 따르면, 하니는 2024년 6월 2일 민희진 대표에 “(아일릿) 매니저님이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라는 말하시는 걸 들었어요. 정확히 그 단어들이었는지 기억은 없고 그냥 대충 그런 말이었어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민 대표가 “무시해, 이거?”라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괴롭힘의 근거로 주장하는 ‘무시해’라는 단어는 민대표에 의해 처음 사용다”고 지적했다. 즉, 괴롭힘의 핵심 표현이 당초 발언자가 아닌 대화 상대의 언어를 통해 형성됐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하니가 “아일릿 멤버 세 명 중 한 명은 인사했고, 한 명은 눈을 피했고, 한 명은 인사하면서 눈치 보였다”고 민 대표에게 얘기했음에도 민 대표가 "모두가 너를 무시한거니?, '아일릿 멤버 모두가 너를 무시했어?', '그건 누구니, 무시한 멤버'"라며 무시당했음을 전제로 반복적 질문한 것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하니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마치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당했다는 취지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했다"며 진술을 민 대표가 구체화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하이브 사옥 CCTV 영상에는 아일릿 멤버 세 명 모두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확인 됐다. 재판부는 "매니저로부터 '무시해' 등 인격권 침해 발언을 들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무시해 발언 있었다고 해도 하이브 보호조치 충분"하이브 측의 보호조치도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하이브는 하니 측 부모가 문제를 제기하자 6월 13일 보안정책팀과 사옥보안팀을 동원해 관련 CCTV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영상 탐색 작업도 했다. 하니도 직접 8월 31일 BC과 함께 영상을 확인했으며, 일부 영상 보존 상태를 문제삼아 항의한 정황도 있었다.
재판부는 “하이브는 하니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한 사실확인 절차를 충분히 진행했다”며 “이를 두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괴롭힘 주장을 비롯해 뉴진스 측이 제기한 각종 계약 해지 사유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은 유효하며, 매니지먼트 권한도 그대로 유지된다.
한 공인노무사는 "이번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기억의 2차 왜곡’ 가능성을 재판부가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실제 재판부가 질문 과정에서 진술이 강화·고정된 정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초기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로서의 중요성을 재차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