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누구냐"·"조요토미"…역대급 저질 국감에 한숨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11-01 14:28
수정 2025-11-01 14:29

"김현지가 누구냐", "조요토미 히데요시", "옥상으로 따라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꽥꽥이! 서팔계!"

이재명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역대급 저질 국감'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사실상 마무리됐다. 학점으로는 'F'다. 난무하는 욕설, 막말, 고성으로 오는 피로감에 국민은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국감 행태에 무용론마저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1999년 출범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정감사에 대해 "역대 최악의 낙제점을 받은 저질국감"이라면서 'F 학점'을 줬다. 지난해 국감 학점은 D, 2023년은 C였다. 해마다 성적이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모니터단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야당 간사 선출 안건 부결,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MBC 보도본부장 퇴장, 국민의힘의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카더라' 공격 등을 꼬집었다.


올해 국감은 당초 '김현지 국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을 만큼, 초반 국민의힘은 김 실장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인데,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비선 실세' 프레임을 채택해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누구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은 김현지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김현지가 누구냐"고 국감 출석을 요구했다. 정쟁 목적이 다분하다며 여권이 반대하면서 무산됐지만, 국민의힘은 아직도 "김현지를 숨기지 말라"고 주창하고 있다.

특히 초강경파 추미애·최민희 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와 과방위가 유독 혹평을 받았다. 먼저 법사위의 경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격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대법원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인사말 이후 이석 시키지 않고, 대선 개입 의혹 등을 캐물었다. "사법부 독립 침해, 삼권분립 위배의 우려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낳은 대목이다. 특히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들어 보인 것은 올해 국감의 최악의 장면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천박하고 흉한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사위에서는 반말, 고성 섞인 언쟁이 하루도 빠짐없었다. 한 번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반말을 항의하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너한텐 반말해도 된다"라고 해 설전이 오갔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꼬붕(부하를 뜻하는 속어)", "셧 더 마우스"(입 닥쳐)" 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법사위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국감에서도 서 의원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서로를 향해 "꽥꽥이", "서팔계(저팔계 비유 비하 표현 추정)"라고 막말을 주고받았다.

최민희 위원장이 이끈 과방위도 법사위와 함께 쌍두마차였다. 가장 뜨거웠던 정쟁은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이었다. 국정감사 기간 중, 그것도 국회에서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이 이뤄졌고 최 위원장에게 대기업 관계자 등이 축의금과 화환을 보낸 문제가 국감 후반 과방위의 사실상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최 위원장의 중간 해명도 시민들을 황당케 했다. 이 밖에도 '찌질한 놈' 문자 메시지 및 휴대폰 번호 공개로 싸움이 붙은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옥상으로 따라와라", "한 주먹 거리도 안 된다" 등 수준 미달의 설전을 벌였고, 여야는 말리진 못할망정 고발전으로 확전시켰다.

올해 국감에서는 '쇼츠(유튜브 짧은 영상) 국감'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상대 의원에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성을 내지르면 보좌진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열심히 찍는다. 이런 영상은 '사자후', 'XX 잡는 XX' 등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딱 맞는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의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다. 후원 계좌도 빠지지 않는다. 많은 보좌진이 의원들의 이런 '쇼츠 집착'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진은 "모든 의원실이 올해 국감에 쇼츠 제작에 얼마나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싶은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국감을 놓고 깊어지는 시민들의 한숨은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7~28일 성인 남녀 1002명에게 물어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정감사에 대한 부정 평가가 52.6%로 과반이었다. 긍정 평가는 36.7%였다. 2024년 국감 이후 한국갤럽이 성인 남녀 1005명에게 국감 성과 여부를 물은 결과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없었다'는 51%에 달하며 과반이었다. 2023년에도 한국갤럽이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대답한 비율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49%는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보좌관 출신인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제가 10년 넘게 국회 밥을 먹어왔어도 이 정도의 B급 저질 국감은 처음 봤다"며 "국감은 1년에 한 번 피는 국회의 꽃이다. 세금이 잘 쓰이는지, 부동산 정책은 올바른 건지, 나랏빚이 너무 쌓인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중차대한 자리인데, 이번 국감에 남은 것은 오직 김현지, 조요토미, '옥상으로 따라와', '양자역학'뿐이다. 이게 국감인가. 검찰·사법·언론 개혁 외치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것은 국회 개혁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감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부를 감시한다는 게 국감의 제 기능인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링만 바꿔서 또 싸우는 식이 돼버리면 국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지금처럼 여당 의석수가 압도적 우위인 상태에서는 국감을 하나 마나"라며 "압도적이더라도 여당은 입법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총선 지역구 득표수 차이는 5%에 불과하다. '국민의 뜻' 얘기하면서 이기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민주주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