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금관, 에어포스원에 실어라"…트럼프 지시에 긴급 공수작전

입력 2025-10-31 13:45
수정 2025-10-31 14: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 때 이재명 대통령에게 받은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형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고 특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전날 이 대통령에게 받은 선물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는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양의 금관을 재포장해 '외교 행낭'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외교 행낭은 각국 외교공관이 본국과 외교 서류, 장비 등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공식 운반 수단이다. 선물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요구로 공수작전이 긴급하게 진행되면서 정부와 미국 경호팀, 의전팀 등이 분주하게 움직여 선물을 에어포스원에 실었다고 알려졌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이미 오벌오피스(oval office·미국 대통령 집무실) 내에 어디에 둘지도 정해뒀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국빈 환영식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받게 됐다.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수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평화 수호의 의지와 강한 리더십, 한미관계에 대한 헌신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주신 업적을 기리며 훈장을 드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며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소중히 간직하겠다, 굳건한 동맹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김 의전장은 금관에 대해서도 "한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고대 왕국 신라의 대표적인 천마총 금관"이라며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특별하다"고 답했다.

미국 언론은 이 대통령의 금관 선물을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와 연관 지어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금관은 10세기까지 한반도의 대부분을 통치하고 경주를 수도로 삼았던 신라 왕국의 유물을 복제한 것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금관이 미국 전역에서 '노 킹스' 시위가 한창인 시점에 전달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반대하는 '노 킹스' 시위는 지난 18일부터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한 50개 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선 왕은 없다고 요구하는 시위에 직면해 있지만 한국 관료들은 군주를 사랑하는 이 권력자에게 복제 황금 왕관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