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벌레먹기·찬물 샤워"…극단적 절약하는 中 '2030'

입력 2025-10-31 10:41
수정 2025-10-31 10:42

20·30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절약'이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이 현상의 진원지는 중국으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를 최소화하며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저축 챌린지' 수준을 넘어, 이제는 일상 전반을 바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절약남자협회'에는 "하루 세 끼를 밀웜으로 해결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협회는 현재 회원 수가 24만 명을 넘어섰으며,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절약 스타'라고 부르며 소비주의에 맞서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게시글은 '밀웜 단백질 식단'이다. 작성자 A씨는 "닭가슴살보다 싸고 단백질 함량이 20%나 된다"며 "1㎏에 12위안(약 2400원)밖에 안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벌레를 찐 뒤 갈아 고기 패티처럼 만들어 먹거나 만두 속 재료로 활용한다"며 "하루 세 끼를 먹고도 절반이 남는다. 하루 식비가 3위안(약 600원) 정도"라고 밝혔다.

심지어 "밤에는 통 안의 벌레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 잠도 잘 온다"는 후기까지 남겼다. 또 다른 회원은 "밀웜은 쉽게 번식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우유 같은 아몬드 맛이 난다"며 '맛과 번식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회원은 "달걀 한 개를 풀어 얼음 틀에 넣어 얼리면 한 알로 세 끼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닭 껍질과 뼈로 국물을 내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볶음밥에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여름엔 찬물 샤워 후 바닥에서 자고, 겨울에는 온돌식 난방이 되는 집의 아래층 세입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이런 극단적인 절약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회원도 있다. 그는 "예전엔 1년에 3만 위안(약 600만 원)을 썼지만, 지금은 학비를 포함해 1만 위안(약 200만 원)도 안 든다"며 "그렇게 남은 돈을 투자해 집을 세 채나 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절약 열풍을 단순한 '구두쇠 문화'로만 볼 수 없다고 분석한다. SCMP는 "코로나19 이후 고용 불안과 경기 침체로 탈(脫)경쟁 흐름이 확산하면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도 "이들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압박과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문화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절약남자협회'뿐 아니라 '무소비 챌린지', '한 달간 0원 지출하기'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불황 시대의 새로운 자립 방식이지만, 청춘들의 낭만이 사라져가는 세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