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버티는 일이 잦습니다. 임대인은 영업 방해와 손실을 호소하지만, 임차인의 권리금 주장 또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실제 상가 명도소송에서는 이 미묘한 균형이 승패를 가릅니다. 법원은 계약 해석과 권리금 회수 노력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임차인은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새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거절했다"며 영업장을 비워주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갱신거절 사유를 통보했음에도, 임차인은 권리금 손해배상을 전제로 점유를 유지하며 버텼습니다. 결국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계약 조건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권리금 회수 방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상가 명도소송이 단순한 점유 분쟁이 아니라 권리금 규정의 해석이 핵심 쟁점임을 보여줍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법은 임차인의 주선이 합리적 조건과 실질적 신뢰성을 갖춘 경우에 한해 임대인의 거절을 제한합니다. 즉, 임차인이 주선한 자의 신용이나 보증금 규모, 영업계획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임대인의 거절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됩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한 대표적 판례(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다272346 판결)가 있습니다. 당시 임차인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새 임차인을 주선했지만, 임대인은 "건물 재건축 예정"을 이유로 계약 체결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상가는 장기간 공실로 남았습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실제로 1년 6개월 이상 상가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입증되지 않거나 단순히 '예정'만으로 거절한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임차인의 주선을 막으려면 실제 공사 일정이나 허가 진행 상황 등 객관적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판결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임차인에게는 권리금 주장을 위해 '구체적 주선 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필수입니다. 신규임차인에게 상가를 소개한 시점, 제시된 조건, 임대인의 회신 내용 등을 내용증명 등으로 남겨야 합니다. 반대로 임대인은 정당한 거절 사유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 사용계획, 공실 사유, 이후 영리활동 계획 등을 문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다툼이 장기화되기 쉽습니다. 임대차계약이 끝났는데도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하거나, 임차권을 명분으로 점유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럴 때 임대인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입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이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거나 재차 임차계약을 주장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후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통상적으로 계약 종료의 적법성과 권리금 주선의 실질 여부를 함께 봅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려면 계약 체결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소 전 화해를 진행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제소 전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화해조항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판결의 효력이 발생해 추후 분쟁 시 소송 절차 없이도 집행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소 전 화해 조서에 임대차 종료 시점과 인도 의무를 명확히 명시해두면, 추후 임차인이 권리금 손해를 이유로 점유를 계속하더라도 법적으로 대응이 훨씬 용이합니다.
제소 전 화해는 임대차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를 사전에 확정시켜, 이후 분쟁에서 "계약이 유효하냐, 권리금 회수 기회가 있었냐"는 논쟁을 최소화합니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제소 전 화해를 병행하면 추후 분쟁 방지 효과가 큽니다.
상가 명도소송은 단순한 퇴거 문제가 아닙니다. 임대인은 건물의 자산가치를 보호하려 하고, 임차인은 영업의 성과와 투자금 회수를 지키려 합니다. 결국 법원은 '계약 해석'과 '사실관계 입증' 중 어느 쪽이 더 치밀한지를 봅니다. 임대인은 권리금 협의 과정을 서면으로 남기고,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과 계약 초기 제소 전 화해 절차를 병행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임차인 역시 감정적 대립보다 증거 중심으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입증해야 합니다.
결국 상가 명도소송의 해법은 감정이 아니라 계약서에 있습니다. 권리금 관련 조항을 구체화하고, 종료 시점과 인도 절차를 명시해두는 것만으로도 분쟁의 절반은 예방됩니다. 임대차계약의 시작보다 끝을 더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 그것이 상가 명도소송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법률 전략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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