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디너 이즈 프리" 골든벨…계산은 이재용·정의선이 했다 [영상]

입력 2025-10-30 21:47
수정 2025-10-30 22:08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간 '치맥 회동'이 약 한 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황 CEO는 "아이 러브 유, 젠슨 황"이란 시민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회동 장소로 들어섰다.

황 CEO와 이 회장·정 회장은 30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깐부치킨에서 회동을 가졌다. 깐부치킨 앞과 맞은 편 인도는 모두 이들을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번 회동 전부터 황 CEO의 방한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0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데다 국내 주요 기업들과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서다.

황 CEO는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 전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국민을 정말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황 CEO가 삼성전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와는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분야 협력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황 CEO 등이 깐부치킨을 찾기 몇 시간 전부터 이미 매장 앞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인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었고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인근 직장인들도 황 CEO 등을 보기 위해 합류하자 인원이 겉잡을 수 없이 몰려들었다.

경찰·소방 인력은 매장 앞 차도를 사이에 두고 인원을 통제했다. 매장 맞은편 인도와 차도 사이엔 폴리스라인을 쳐서 동선을 통제하는 등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매장 앞쪽에도 인원이 몰리자 일부 시민들을 맞은편으로 이동시켰다.

황 CEO가 매장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선 "아이 러브 유"라는 환호성이 들렸다. 황 CEO는 매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시민들과 셀카를 찍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황 CEO를 본 시민들은 "오늘 로또 사야겠다", "연예인도 이렇게 기다려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젠슨 황은 보고 가야겠다"면서 자리를 지켰다. 한 직장인은 황 CEO를 가까이서 찍은 영상을 동료들에게 "만원에 팔겠다"고 농담하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황 CEO는 매장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깐부'의 뜻도 알고 있다고 했다. 황 CEO는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하는데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매장 안 길거리에 접한 통유리로 된 창가석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어 이 회장과 정 회장이 황 CEO 맞은 편에 앉았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각각 흰 티셔츠, 밝은 회색 후드 상의를 갖춰 입었다.

황 CEO는 자신의 딸 매디슨 황이 준비한 일본 술 하쿠슈 2병에 사인을 한 다음 이 회장과 정회장에게 선물했다.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도 하나씩 건넸다.

이들은 맥주 '테라', 소주 '참이슬'을 시켰고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 치킨과 뼈 치킨을 각각 한 마리씩 주문했다. 황 CEO는 옆 테이블에 있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소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 회장이 "치맥 먹는 것 10년 만인 것 같다"고 하자 정 회장이 "난 자주 먹는데"라는 말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황 CEO는 회동하던 도중 매장 밖을 나와 시민들에게 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나눠줬다. 저녁 시간에 식사도 거른 채 이번 회동을 지켜보던 시민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리로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밖으로 나왔고 치킨과 감자튀김을 시민들과 함께 나눴다.

황 CEO는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 테이블에 있던 시민들과 '치얼스'를 외치고 "쏘 굿(So Good)"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날 이들의 회동에서 '누가 계산을 할지'가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오늘 내가 다 사겠다"고 했지만, 주변 시민들이 황 CEO를 연호했다.

황 CEO는 이에 "이 친구들 돈 많다"고 말했고 정 회장은 "전 2차를 사겠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결국 "에브리바디, 디너 이즈 프리(Everybody, dinner is free)"라며 골든벨을 울렸다. 매장 안에선 이때 여러 차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1차 계산은 이 회장이 부담했다. 매장 안에 있던 시민들의 음식값도 함께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남은 액수는 정 회장이 지불했다.

이 회장은 회동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면서 "좋은 날 아닌가요.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보니까 행복이 뭐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장 밖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 촬영을 이어갔다. 황 CEO는 이어 밖에 있던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시민들은 이들이 자리를 떠나고도 한참 동안 매장 밖을 지켰다. 이들이 먹은 자리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자리엔 치킨뼈와 소맥 타워 등 빈접시가 보였다.

이번 회동 장소는 황 CEO 의사에 따라 엔비디아 측에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