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도 못 막았다"…美서 불닭 가격 올렸더니 주가 '대반전' [종목+]

입력 2025-10-31 06:30
수정 2025-10-31 06:58

삼양식품 주가가 한 달 남짓 동안 24%가량 조정받은 후 지난 30일 강하게 반등했다. 미국에서 주력제품인 '불닭볶음면'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부담을 현지 소비자에게 전가할 정도로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탄탄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양식품은 6.27% 상승한 132만2000원으로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251억원어치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18억원어치와 73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양식품에 대한 기관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건 미국에서의 불닭볶음면 등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이 공급하는 불닭볶음면 가격은 약 10% 인상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최종 소비자 가격을 14% 인상했다”며 “공급 가격 인상분보다 높은 소비자 가격 상승은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유통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양식품이 미국에 불닭볶음면 공급가를 올린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다. 예전엔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던 라면업체들은 올해 4월부터 10%의 관세를 물었고, 8월에는 관세율이 15%로 올라갔다. 전날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협상이 타결됐지만, 식품 관세는 여전히 15%로 유지된다.

강 연구원은 “미국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메인스트림 침투(대형유통업체 입점 확대)와 점포당 매출액 증가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신규 거래처 확보가 지속되고 있다”며 삼양식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렸다.

삼양식품 주가는 전날에 반등하기 전까지 한 달 넘게 내림세를 이어왔다. 지난 29일 종가는 124만4000원으로, 지난달 11일의 고점(163만원) 대비 23.68% 하락한 수준이었다.

실적 증가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우려된 영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양식품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309억원으로, 2분기 실적시즌이 끝난 직후인 8월16일(1400억원) 대비 6.48% 하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4.83% 낮아져 1466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 데 대해 “매출 인식이 이연돼 미국 법인의 매출액이 기존 추정치를 밑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중국의 춘절 장기 연후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예상된다”며 “고단가 판매 지역인 미국·유럽으로의 수출 물량 할당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으로의 수출에 물량을 더 많이 할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7년 중국 공장 가동을 대비해 당분간 중국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예상 대비 미국에서의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지난 21일과 23일에 삼양식품 목표주가를 기존 19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내렸다.

실적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0월 수출 통계에서 라면 수출액이 9월 대비 부진하게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한층 얼어붙게 했다. 하지만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의 라면 수출 부진은 영업일수가 적어서 나타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삼양식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한 한유정 연구원도 “이번 실적 전망치 하향의 원인이 수요 측면이 아니라는 점, 브랜드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내 (불닭볶음면의) 입지가 여전히 견조한 점 등을 감안하면 삼양식품의 중장기 투자 포인트는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