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다음날…러트닉 "반도체 관세 포함 안돼"

입력 2025-10-30 18:14
수정 2025-10-31 02:32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29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반도체 관세는 합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29일(현지시간) X에 올린 글에서 한·미 관세협상 합의안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반도체 관세는 주된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적용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합의안 내용을 공개했다.

러트닉 장관 발언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품목관세를 결정할 때 한국과 다시 협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발표 내용은 양측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관련 문서 작업도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회담 이후 조만간 합의 내용을 담아 공개할 ‘조인트 팩트시트’에 반도체 관세에 대해선 ‘대만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담기로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앞선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한 최혜국 대우(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 약속을 받아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일본과 EU는 대미 반도체 수출이 미미한 수준이라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입을 대만과 한국 등에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관세 정책의 타깃은 대만과 한국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러트닉 장관 발언은 아직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라면 사실상 최혜국 대우와 다름없다는 분석 또한 있다.

기업들은 최혜국 대우보다는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만 TSMC 공장에서 인공지능(AI) 서버로 조립돼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판매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직접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7%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대만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반도체업계에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반도체를 두고 대만과 한국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대훈/박의명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