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911 하이브리드와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 일렉트릭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연 포르쉐가 제주도에서 포르쉐 고유의 드라이빙 다이내믹을 뽐냈다.
타이칸, 파나메라 등 순수 전기 스포츠카부터 내연기관까지 가장 최신의 기술을 반영한 매력적인 차량들의 시승 경험을 통해 단순한 주행의 즐거움을 넘어 포르쉐 본연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한껏 보여줬다.
이번 시승 코스는 제주도 내륙을 비롯해 해안도로까지 총 176km 구간으로 완만한 오르막과 숲길, 고속 직선 구간,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등을 통해 와인딩 밸런스와 정숙성, 안정적인 주행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기자는 오전에 파나메라 GTS를, 오후에는 타이칸 터보를 타고 제주도 일대를 누볐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Gran Turismo Sport)를 상징하는 포르쉐 GTS 모델은 역동적 주행의 즐거움과 함께 일상 주행에서도 안락함을 제공한다. 파나메라 GTS는 고성능 섀시를 바탕으로 독특한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이 꽤 넓어서 4명까지 편하게 탑승이 가능하다.
파나메라 GTS의 첫 인상은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란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강조한다. 악셀 페달에 발을 올리면 경쾌한 배기음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업그레이드된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10마력(PS)을 발휘하며 주행 성능과 역동성, 효율성이 모두 강화됐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까지 가속하는데 3.8초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302km/h에 달한다.
파나메라 GTS에 기본 사양 으로 장착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가 포함된 2챔버 2밸브 에어 서스펜션은 더욱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구불구불한 제주의 와인딩 코스를 주행할 때 차량 자체의 밸런스가 좋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10mm 낮아진 차체와 더 높은 강성의 안티롤 바는 한층 더 다이내믹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며 에어 서스펜션의 기본 스프링비를 낮춰 승차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또한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디퍼렌셜 록 시스템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는 토크를 휠 사이에 최적으로 배분해 차체 안정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전체 속도 범위에서 피칭과 롤링이 감소하며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성이 증가한다.
이날 탑승한 파나메라 GTS는 옵션을 포함해 차량 가격이 3억490만원에 달했는데 확실히 비싼 가격을 하는 차였다. 고속 주행과 와인딩 코스를 통과하는데도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해 내가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건지, 고급 세단을 타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스포츠카의 주행 감성과 편안함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델이었다.
타이칸은 직접 운전하기 전부터 강력한 출력에 기대감이 컸던 차였다. 얼마나 빠른 가속과 파워풀한 성능을 보여줄 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기자가 탄 타이칸 터보 모델의 판매 가격은 옵션을 포함해 2억3280만원이었다. 직접 운전에 나서자 전기차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내연기관 스포츠카같은 주행 질감을 선사했다. 특히 가속할 때마다 들리는 배기음 때문에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운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속을 경험할 때는 타이칸이 전기차라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타이칸 터보는 더 높은 시스템 출력 덕분에 가속력이 증대돼 884마력(PS)을 발휘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2.7초 소요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430km다. 새로운 퍼포먼스 배터리의 급속 충전 기술도 개선돼 300kW 이상의 충전 용량을 최대 5분 동안 유지하는 등 낮은 온도에서도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충전상태 10~80%까지 충전하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파나메라 GTS만큼은 아니지만 타이칸 터보도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한다. 특히 내가 직접 운전을 할 때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조수석에 탔을 때는 확실히 파나메라 GTS가 조금 더 노면 마찰로 인한 흔들림이 적었다. 이같은 편안함의 배경은 모든 타이칸 모델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orsche Active Ride) 서스펜션은 사륜구동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며 주행 역동성과 편의성 사이의 스펙트럼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 덕분에 타이칸의 차체는 역동적인 제동, 스티어링 및 가속 시에도 항상 수평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승차감과 함께 노면의 충격 대부분을 흡수한다. 역동적인 주행 상황에서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은 휠 하중을 균형 있게 배분해 노면과 완벽히 접지되며 노멀모드에서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 서스펜션은 피칭과 롤링 현상을 더 적극적으로 보정하고 탑승자에게 가해지는 가속력을 줄인다.
브레이크 페달을 통해 제어하는 포르쉐의 에너지 회생 또한 더욱 개선됐다. 제동을 통한 회생 에너지는 더 자주, 더 높은 용량으로 회수된다. 저속 영역에서는 회생제동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최대 감속을 약 15% 높였다. 고속 주행 중 감속 시 회생제동 에너지 최대 용량은 290kW에서 최대 400kW로 30% 이상 증가했다.
타이칸의 회생제동은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회생제동 감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회생제동을 켜고 끄는 것은 선택 가능해서 회생제동을 끄고 주행하니까 확실히 전기차 특유의 꿀렁거림이 느껴지지 않아 훨씬 운전하기 편했다.
내연기관부터 전기차까지 포르쉐의 최신 라인업을 직접 시승하면서 왜 포르쉐가 우리나라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포르쉐코리아는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 8345대를 기록 중이다. 재작년에 처음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다시 한 번 1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