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께 경북 경주 노동동 금리단길 약 400m 구간에 있는 상점 100여개 중 절반 이상이 문을 열지 않았다. 일부 식당이나 화장품 가게 등에는 임대 포스터가 붙어있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경주 시내가 행사가 본격화되자 오히려 한산해진 모습이다. 주요 관광지 휴장과 잦은 교통 통제로 지역 상권과 택시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0)는 “지난달 연휴 대목 때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가 이번 주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손님이 줄어 오히려 APEC이 끝나야 장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지역 택시기사 최모 씨(60)도 “교통통제 시간대에는 내비게이션 어플이 빙빙 돌아 다른 길을 알려주거나 손님과 함께 도로에 갇혀 있기도 한다”며 “간혹 보이는 외국인도 택시보다 버스나 도보를 이용해 특수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 경찰이 만든 '진공상태'에 관광객 얼음황리단길, 금리단길 등 경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에 인파가 줄어든 것은 APEC 행사 기간 내 치안 유지를 위해 도심 일대에 경찰이 대거 투입되고 교통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이번 APEC 기간 하루 최대 1만9000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울산경찰청에서도 460여명이 차출되고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되는 등 주변 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경찰력이 경주에 모여든 모습이다.
시내 곳곳에는 기동대 차량이 차선을 점거하거나 공영주차장을 대신 사용하는 등 치안 강화 조치가 이어졌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에는 보문관광단지 일대 교통이 약 두 시간가량 전면 마비됐다. 경주시청 인근에서도 보문 방면 진입이 통제됐다.
교통 혼잡을 우려해 경주월드와 경주국립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는 이번 주 초부터 휴장에 들어갔다. ◈ 숙박비 급등에 발길 돌리는 외국인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숙박비와 물가 급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호주에서 온 스티브(68)와 패트리샤(66)는 “캐리어를 펼치기도 힘든 좁은 숙소가 하루 150달러(약 21만5000원)였다”며 “예정보다 일찍 다음 여행지인 부산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란수 미래관광전략연구소 소장은 “APEC 기간 경주의 숙박비와 물가가 높아져 일반 관광객이 오히려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MICE 산업 특성상 정상회의 참가자들만의 단기 특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등 긍정적 이미지가 각국 외신을 통해 노출된다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