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에 '한 방'은 없다…‘늘렸다 줄였다’ 파도에 올라타라

입력 2025-11-24 09:03
수정 2025-11-24 09:04
[비즈니스 포커스]

“수익률 화면 캡처하면 팔 때죠?”

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 이런 농담을 던진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수익률이 꼭지란 얘기다. 그러나 막상 매도 버튼을 누르긴 쉽지 않다. ‘언제 팔아야 하는가’의 질문 앞에서는 누구나 망설인다.

‘계량분석(퀀트)’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이자 국내 유일의 매도 중심 플랫폼 ‘셀스마트(SellSmart)’를 운영하는 조윤남 CORE16 대표는 “매도는 타이밍보다 관점의 문제”라며 “한 방에 다 끝내려 하지 말고 파도 타듯 줄였다 늘리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방에 끝내려는 투자 습관 버려야많은 투자자가 매도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심리의 문제다.

조윤남 대표는 “주가가 언제 반등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수익이 나는 도중에 섣불리 매도했다가 이후 주가가 더 오르면 그때의 후회가 정말 크다”며 “그 상실감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주가가 고점 부근에서 조정을 받을 때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하락을 겪는 게 심리적으로 덜 괴롭다”며 “사람들은 남이 나보다 더 벌었다는 생각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언제 다 팔까’보다 ‘얼마나 줄일까’로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조 대표는 “주식을 사고팔 때 대부분은 ‘한 방에 다 끝내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매도는 끝이 아니라 비중 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방식을 ‘파도 타기’에 비유했다. 상승과 하락의 흐름 속에서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라는 의미다.

조 대표는 “주가는 직선으로 오르지 않는다”며 “너무 많이 올랐고 충분히 수익이 났다고 판단되면 20~30%, 많으면 절반 정도를 줄였다가 조정을 받을 때 다시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했다고 해서 관심 종목에서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며 “적어도 6개월 이상 투자할 종목을 골랐다면 완전히 손을 떼기보다 들고 있는 주식 수를 조절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 컨센서스가 모일 땐 반대로기술도 있다. 조 대표가 직접 개발한 퀀트 기법 ‘GPS 좌표법’을 활용하면 주도주의 매매 시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성장(Growth)·이익(Profit)·안정(Stability)의 앞 글자를 딴 이 기법은 세 가지 지표(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자기자본이익률(ROE), 순부채비율)을 합산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한 뒤 이를 좌표 형태로 시각화해 종목의 밸런스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그는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 EPS 전망치가 주가를 선행하는 특성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조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이익 사이클 변동이 심해 예측이 어렵지만 삼성전자는 EPS 전망치와 주가의 연동성이 매우 높았다”며 “현재 12개월 선행 PER이 19배 수준이지만 이는 여전히 상승 여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를 GPS 좌표법에 대입해 보면 ‘60:30:10’으로 나타난다”며 “이익 증가 전망이 다른 대형주보다 두드러진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ROE가 일시적으로 낮더라도 성장성이 높으면 결국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흑자전환한 기업은 PER이나 PBR이 다소 높아 보여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에 따라 그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매수를 권했다. 그는 “2015년 8월, 2023년 말, 2024년 봄, 2025년 4월의 삼성전자 주가 패턴이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며 “이익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될 때, 시장이 ‘답이 없다’고 할 때가 오히려 바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적이 따라오지 못해 PER이 높게 보일 때가 오히려 매수 구간이다.

매도 구간은 정반대다. 그는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면 애널리스트들이 이익 전망을 공격적으로 상향 조정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시점부터 조금씩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가 한 방향으로 완벽하게 모일 때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며 “모두가 ‘슈퍼사이클’이라고 외칠 때가 차익 실현의 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매도구간이 아니란 추가 설명 2시에 덧붙이겠습니다)

이른바 ‘역투자 전략(contrarian strategy)’이다. 모든 주도주에 해당 기술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산업별 사이클의 길이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처럼 3~5년짜리 장주기 산업은 중간에 수익을 실현하면 안 된다. 하지만 반도체처럼 사이클이 짧은 산업은 ‘역투자 전략’이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경기보다 유동성의 힘이 훨씬 무섭기 때문에 과열 국면에선 반드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지도 유동성도 강하다…신중해야신중론도 폈다. 조 대표는 “지금은 시장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며 “정부의 의지도 강하고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는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투자자들도 마치 코로나19 이후처럼 예금을 깨서까지 시장으로 들어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역시 자본시장 육성 의지가 뚜렷하고 경기는 둔화되고 있지만 유동성의 힘이 오히려 시장을 끌고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의 힘은 경기보다 훨씬 강하다”며 “단정적으로 ‘이익 실현 구간’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시점이든 ‘과하면 줄인다’는 원칙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장이 상승 국면에 있다고 해도 원칙에 따라 과하다면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마지막 매도의 기술은 역시 투자자의 공부다. 시장에는 수많은 ‘매수 신호’와 종목 추천이 넘쳐나지만 ‘언제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데이터와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 조 대표가 최근 선보인 데이터 기반 플랫폼 셀스마트는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국내 유일 매도만을 위한 플랫폼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매수는 익숙하지만 매도는 두려워한다. 그러나 진짜 수익의 극대화는 매도에서 결정된다”며 “데이터로 그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셀스마트는 주식·ETF·채권·환율 등 주요 자산군의 통계와 지표를 분석해 매도 시점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보다는 투자자가 보유 자산의 ‘매도 혹은 보유’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시장 이벤트나 변동성을 반영해 비중 조정 신호를 제시하고, 매도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전문가 전략을 참고할 수 있게 설계됐다.

조 대표는 “매도 전략을 연구하다 보면 10가지 매수 아이디어가 따라온다”며 “그만큼 매도는 어렵지만 수익을 확정 짓는 과정이야말로 안정적 수익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