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잠수함 갖게 되나"…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 '주목'

입력 2025-10-30 09:25
수정 2025-10-30 09:29

29일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생기면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 가운데서도 최첨단으로 꼽히는 4세대 원전(GEN-4)인 소듐고속냉각로(SFR) 연료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SFR 등 GEN-4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자유진영 주요국을 비롯해 중국이 개발하고 있다.

대형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95% 가량의 우라늄-238과 1% 가량의 우라늄-235, 그리고 1% 가량의 초우라늄 원소(TRU) 등으로 이뤄져 있다. TRU는 0.9% 가량의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퀴리움, 넵티늄 등 고독성 핵종을 말한다. 습식 처리를 하면 언제든지 핵무기 연료로 바뀔 수 있어 접근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우라늄 235를 20% 가까이 농축하면 SFR 등 SMR과 초소형모듈원전(MMR)의 연료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이다. 미국 증시 상장기업 센트러스에너지, BWX테크놀로지 등이 HALEU 관련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이 20% 미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게 해놨지만, 건별로 미국 승인을 받게 돼 있어 실제로 이뤄진 바 없다.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는 외교적 수사에 그쳤을 뿐 실무적으로 진행이 안 됐던 것이다.

우라늄235 농축도가 20%를 넘게 되면 그때부터는 군용으로 용도가 전환된다. 오래 잠항하다 핵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핵잠수함의 연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연료를 확보할 길이 전혀 없어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연료만 확보한다면 잠수함 건조 능력이 뛰어난 국내 2개사(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ALEU 활용의 전 단계인 파이로프로세싱-SFR(소듐고속로) 개발 논의가 한미 간 재개될지도 관심사다. 파이로-SFR은 사용후핵연료에서 TRU를 안전하게 분리해 4세대 원전인 SFR 연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다. SFR은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소유한 테라파워 등과 함께 개발을 추진중인 4세대 원전이다. 무작정 쌓아둬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대형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중요 수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사용후핵연료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하지 않으면 현재로선 지하 500미터 이하 심도에 묻는 방법밖에 없다.

파이로-SFR은 2000년대를 전후해 한미가 공동 개발해 왔지만 탈원전을 추진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 파이로-SFR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국 DOE(에너지부)가 결정한다. DOE는 미 핵무기 개발의 산실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등17개를 거느리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와 구혁채 1차관은 최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을 만나 파이로-SFR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예정된 파이로-SFR 연구를 예정대로 끝마치고 상용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규제 등을 풀어달라는 요청으로 추정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한미 정상 간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실무적으로는 갈 길이 아주 멀다"라며 "앞으로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