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분기 연속 전 세계 D램 시장 선두를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는 데다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맞물려 사상 최대 실적츠로 이어졌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전 세계 D램 매출 가운데 점유율 35%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37억달러로 조사됐다. HBM·범용 D램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끌어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줄곧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6%, 2분기 38%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3년 만에 D램 1위 자리를 내준 뒤 2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분기 34%로 SK하이닉스보다 2%포인트 낮았다. 2분기와 3분기엔 각각 32%, 34%에 그쳤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 삼성전자에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시장에서 매출 194억달러를 올렸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75억달러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과 낸드 부문 선전으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압도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58%. 회사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솔드아웃(완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역시 현재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24조44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1.9% 늘어난 11조383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의 경우 창사 이래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D램과 낸드 가격 상승, AI 서버용 고성능 제품 출하량 증가 등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메모리 시장은 예상과 달리 모든 제품군에 걸쳐 수요가 급증,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2017~2018년 슈퍼 사이클과는 양상이 다르다면서 "현재 수요가 AI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힘입어 훨씬 더 폭넓은 응용처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서버를 포함해 일반 서버 수요도 급증했다. 내년 전체 서버 세트 출하량은 약 10% 후반대 증가폭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특징들이 D램의 공급 증가를 구조적으로 제약함으로써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 장기화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HBM 생산 확대에 따라 일반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고객사와의 협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반 메모리 제품에 대해서도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일부 고객은 2026년 물량까지 선구매(PO)를 발행하며 현재 공급 부족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의 내년도 캐파 모두 사실상 완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따라 4분기에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며 "HBM4 개발에서도 고객사의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잘 부응하고 있으며 수율 측면에서도 선두적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