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의족·의수 등 '현장 체감형 의료 보조기구' 개발…가성비 높은 국산기기 보급 확대

입력 2025-10-29 15:51
수정 2025-10-29 15:52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은 근로자의 회복과 복귀를 지원해온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가 설립 31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선언했다. 기술개발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산업재해 근로자의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실용적 재활기술’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재활공학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공공 재활보조기기 전문 연구기관으로, 30여 년간 의수·의족·휠체어·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보조기기를 국산화하며 산재장해인의 사회복귀를 이끌어왔다.

특히, 근전전동의수, 수·전동 전환형 휠체어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국산 보조기기를 잇따라 개발하며, 국산 기술 기반의 재활기기 자립화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전자제어형 유압식 의족(K-Leg), 5지 근전전동의수(K-Hand) 등 선진국 수준의 고기능 보조기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자체 개발한 ‘생체모사형 제너레이티브 의족’이 절단 부위를 개인별 실제 형태로 재현해 디자인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평가받아 ‘2025년 인간공학디자인 대상(Grand Prix)’을 수상했다. 공공기관이 해당 상의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기술의 혁신을 넘어 보조기기가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인식을 열었다는 평가다.

재활공학연구소는 이제 ‘첨단 기술 중심의 연구’에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외산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현실 속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모두 갖춘 국산 보조기기의 확대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7개의 공단 직영병원과 협업해 연구·제작·보급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형 재활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 중이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의지보조기 기사, 연구진이 함께 참여해 대상자의 신체 특성에 맞춘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작하고, 착용 후 피드백을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순환형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보급 단계에서는 상담·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후관리 서비스를 체계화해 품질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기계적 성능을 넘어 ‘기술이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박종길 이사장은 “이제는 연구 성과보다 ‘사용자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라며 “산재장해인이 연구성과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연구와 보급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공이 만든 기술이 산업재해 근로자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그것이 근로복지공단이 꿈꾸는 재활복지의 미래”라며 “재활공학연구소가 기술로 삶의 회복을 이끄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