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국가 성장의 동력이 돼왔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비철금속으로 대표되는 제조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었고, 울산은 오랫동안 ‘산업수도’라는 이름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 세계 산업의 경쟁력은 인공지능(AI)에서 갈린다. 인력난, 원가 상승, 글로벌 공급 과잉 등 제조업이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울산은 이 전환기에 대응해 대한민국 AI 수도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이 변화의 시작은 지난 8월 착공한 SK-AWS AI 데이터센터다. 안정적 전력 공급, 합리적 에너지 비용, 진취적인 행정 지원 등 울산만의 조건이 글로벌 기업을 움직였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전산 시설이 아니라 AI 생태계 전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를 통해 울산은 국가적 차원의 컴퓨팅 역량 강화와 동시에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실증을 지원하는 든든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과 울산형 인공지능산업 발전계획 수립으로 정책의 뼈대를 세웠고 올해 울산인공지능위원회, U-NEXT AI 포럼을 출범시켜 민관 협력형 거버넌스를 가동했다.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행 체계가 될 것이다. 산업수도로서 축적한 울산의 추진력이 AI 정책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울산이 대한민국 AI 수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뚜렷한 강점이 있다. 첫째, 전국 최대 제조업 집적지다. 조선, 자동차, 화학, 비철금속 등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는 AI 학습과 검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수직계열화된 산업 구조는 기술 확산 속도를 높이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둘째, 에너지 기반 도시로서의 강점이다.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해상풍력 등 다각화된 에너지원은 전력 소비가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보장한다. 최근 분산에너지 특구 후보지로 지정된 것 역시 울산이 AI 인프라의 최적지임을 보여준다. 셋째, 뛰어난 투자 환경이다. 인허가 단축과 현장 맞춤형 행정 지원은 기업 신뢰로 이어졌고 울산은 ‘투자유치의 꽃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자동차 전기차 신공장, 삼성SDI·고려아연의 2차전지 공장,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등 누적 33조53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이런 투자 기반 위에 AI 데이터센터가 더해지면서 산업 전반의 연구·실증·인프라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울산은 제조 기반 위에 AI를 결합해 기업이 기술을 실증하고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
울산은 앞으로 산업 AI의 기반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AI 자율제조 검증센터 등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이 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활용하도록 지원하며, 중소기업이 AI 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체계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초중고 단계의 기초 교육부터 대학·대학원, 재직자와 경영자로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인재양성 체계를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가 일찍이 AI에 친숙해지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산업 맞춤형 고급 인재를 길러내며,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무 인력이 양성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개발 생태계도 강화해 새로운 기술이 신속히 실증·적용되도록 지원하며,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의 혁신 역량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AI 기술을 어느 분야에 먼저 적용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에서 제조업은 늘 핵심 과제로 다뤄진다. 전문가들 역시 AI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로 제조업을 강조한다.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의 중심인 울산이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다.
울산은 데이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산업 현장 중심으로 결합하며 국내에서 가장 산업 AI에 특화된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AI 전환이 울산에서 뿌리내린다면 이는 곧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울산은 이제 곧 산업수도를 넘어 대한민국 AI 수도 울산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