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울산대 총장(사진)이 재임 10년의 경험과 대학 운영 철학을 담은 신간 <울산대 10년: 긍지와 책무>(울산대학교출판부)를 펴냈다. 세 차례 연임으로 10년 넘게 대학을 이끌고 있는 그는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앞으로 대학이 나아갈 길에 필요한 판단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장(2010~2014)과 스탠퍼드대 초빙석좌교수를 지낸 오 총장은 2015년 3월 울산대 제7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10년 넘게 대학을 이끌며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울산대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는 서문에서 “공직자가 한자리에서 10년 이상 일한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며 “이 책이 후임자와 동료들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공적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혁신의 리더십, 지역과 함께 성장한 대학
오 총장은 재임 초기부터 울산대의 구조적 어려움을 직시하고 혁신을 주도했다. 급감하는 학령인구와 등록금 동결 속에서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 예산심의 정상화, 재정 건실화를 추진했다. 특히 ‘재단에 대한 기대보다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먼저’라는 철학 아래 대학 내부의 자율성과 혁신 의지를 병행하는 운영체계를 확립했다. 이런 제도적 기반 강화로 ‘시스템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평가받는다.
울산대의 지난 10년은 ‘지역과 함께한 대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 총장은 2017년 아시아대학총장회의를 울산에 유치해 국제적 위상을 높였고, 2023년에는 교육부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며 지방대 혁신의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또한 의과대학의 ‘울산 현지 교육’ 체계 구축과 ‘아산의학관’ 준공을 이끌어 의료교육의 지역화를 실현했다. 산학협력 기반의 ‘울산 산학융합지구 분교’ 설립, ‘KCC생활관’과 ‘아산도서관 공간혁신’ 사업 등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학생 중심의 학습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울산대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실무형 인재 양성의 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 ‘위임된 공복’의 철학그의 리더십은 ‘위임된 공복(公僕)’이라는 자의식으로 요약된다. 오 총장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설립자의 설립 가치를 실천할 때, 그가 바로 대학의 주인”이라며 주인의식과 책무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권위적 총장’이 아니라 ‘대학의 관리인’으로 규정하고, 구성원과 함께 현장을 누비는 실천형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는 또한 “대학의 존립 가치는 단순한 조직 유지가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을 지키는 데 있다”며 “울산대가 지역의 미래를 이끄는 거점대학으로 남기 위해선 혁신과 연대, 그리고 성찰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