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쁘게 할 발표 있을 것"…젠슨 황 '의미심장' 발언

입력 2025-10-29 08:49
수정 2025-10-29 09:35

여기는 워싱턴DC의 동쪽에 있는 월터 컨벤션 센터입니다.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가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장소인데요.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평소 워싱턴 분위기는 좀 칙칙하고 근엄한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실리콘밸리에 온 것처럼 상당히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인 엔비디아가 이곳 워싱턴에서 개발자 행사를 열게 된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 권력, 백악관과 가까워지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젠슨 황 본인도 그런 메시지를 굳이 감추지 않으려는 분위기였고요. 미국 정부와 함께 미국의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이기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미국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쉬지 않고 정력적으로 일한다”고 묘사했습니다.

조금 전 기조연설을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으로 마무리한 것은 특히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AI 경쟁, 에너지·반도체·인프라에서 모두 승리해야"
방금 끝난 미디어 브리핑에도 150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석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기자회견 전반부에 같이 했고요. 라이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에게 AI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고 강조했는데 젠슨 황 CEO도 이런 내용에 공감했습니다.기조연설 과정에서 젠슨 황 CEO는 미국 반도체, AI, 통신 등에 관한 협력을 주로 언급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자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넣은 AI 슈퍼컴퓨터 7대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점입니다. 이 슈퍼컴퓨터는 아르곤 국립연구소 등에 설치되는데, 핵무기에 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 슈퍼컴이 미국 국방 분야에 활용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에는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데, 여기에는 차세대 베라 CPU와 루빈 GPU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미션'과 '비전'으로 명명된 두 대의 컴퓨터는 각각 국가안보와 과학연구 목적에 특화돼 있고요. 미션은 국가 핵안전보장국(NNSA) 용으로 핵실험 없이도 미국의 핵무기 안전, 신뢰성, 성능을 검증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젠슨 황 CEO는 또 “통신망은 모든 산업의 척추에 해당한다”면서 미국이 6세대 통신의 중심이 되도록 통신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핀란드 노키아의 6세대 통신 기지국에 이 칩을 탑재해서 전력 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이를 위해 노키아에 10억달러를 투자해서 지분 2.9%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에 관해서는 우버와, 사이버 보안 관련해서는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와 팔란티어와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도체 생산을 미국에서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 다"며 자사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서 만들고, 전 세계를 위해 만든다"고 했는데요. 이런 발언은 모두 엔비디아의 시장에서의 입지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날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 반도체를 “애리조나 주에서 전면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대만 TSMC 공장에서만 생산되던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대만 TSMC가 제공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몇 달 내로 미국에 도입 될 것이라고도 공개했습니다. 대만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 완결적인 공급망 체제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젠슨 황 CEO는 또 “미국이 산업혁명을 만들어낸 그런 나라는 아니었지만, 빠르게 기술변화를 도입했기 때문에 지금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기술 산업은 미국의 국보”이고, “이것이 우리의 최고의 산업”이며, “분명히 지구상 어디에서도 그 종류 중 최고”라면서 애국심을 드러냈는데요. 자신은 “미국 기술 산업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영광”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젠슨 황 CEO는 여러 면에서 중국과 미국이 경쟁 중이며 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여러 번 힘주어 말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저는 인상적이었는데요. “인공지능이 단순히 한 층위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면서 “인공지능은 에너지입니다. 우리는 에너지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고요.
또 “우리는 반도체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 소프트웨어, 데이터 센터, AI 공장과 같은 ‘인프라 서비스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목표를 위해선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기계공학자, 전기공학자, 배관공, 건설 기술자, 숙련공, 장인, 노동자, 이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는가? 그 답은 분명히 '예스'”라고 말했는데요. 그 이유는 “전 세계 인공지능 연구자의 50%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저와 같은 이민자들이 교육을 받고, 머물며 경력을 쌓고 삶을 꾸리고 싶어 하는 나라로 남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살아있다면서, 계속해서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민자의 자녀인 젠슨 황 CEO가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 변화를 촉구한 셈입니다.

오늘 오픈AI가 영리기업으로 전환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27% 지분을 갖는다는 보도가 있어서 그 질문도 나왔습니다. 젠슨 황 CEO는 “오픈 AI의 초기 시절에 더 많이 투자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내년에 상장한다고 말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하면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젠슨 황에 대한 질문 중에는 미중정상회담과 블랙웰 대중수출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요. 질문은 여러가지였지만 그 대답은 모두 하나라면서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다만 한국 방문에 관해서는 “현장에서 발표할 내용이 많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방송 취재진과 만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 LG 등 한국 기업들과 어떤 협력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한국 (산업) 생태계를 보면, 모든 회사가 제 깊은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국민을 정말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발표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삼성 또는 현대에 반도체를 공급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삼성, 현대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한국의 IT 기업 생태계 관련해선 “한국은 엔비디아와 비디오 게임, PC방, 인터넷 카페, e스포츠를 처음 도입한 국가로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 완전히 탄생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라 루빈, 퀄컴 AI칩 경쟁력 상회하는 듯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98% 오른 201.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처음으로 주당 200달러를 넘겼습니다. 시가총액은 4조8850억달러(약 7000조원)를 넘으며 5조달러 코앞까지 다가섰습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이번 행사가 "(AI칩 시장에 진출해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퀄컴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해) 엔비디아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젠슨 황 CEO가 직접 선보인 차세대 AI 슈퍼칩 '베라 루빈'이 퀄컴 AI칩의 경쟁력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다. 벤 라이츠 멜리우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퀄컴 제품의 사양은 엔비디아나 심지어 AMD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가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노키아 주가는 22.84%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밋 다리아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이 파트너십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를 AI 및 클라우드에 맞추면서 통신 인프라와 AI 기반 네트워크 간의 융합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라고평가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