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식 신을 이끌어가는 셰프들이 '황금빛 접시'를 들고 활짝 웃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27일 진행된 프랑스의 미식 평가 가이드 '라 리스트' 시상식에서다.
라 리스트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으로, 매년 200여 개 국가를 종합해 전 세계 상위 1000개의 레스토랑을 선정해 시상한다. 선정된 이들에게는 라 리스트 로고가 새겨진 황금빛의 접시가 상패로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레스토랑 평가 기준으로 미쉐린 가이드가 친숙하지만, 해외에서는 라 리스트 역시 이에 못지 않은 권위를 인정받는다. 평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미쉐린가이드가 익명의 평가원의 평점으로 별을 수여한다면, 라 리스트는 미디어·출판물, 온라인 리뷰 등 1만1000곳의 출처에서 수많은 소스를 수집한다. 뉴욕타임스나 미쉐린 가이드 같은 매체는 물론이고, 트립어드바이저나 옐프 등 온라인 플랫폼도 포함한다. 여기에 분야별 가중치를 부여하고, 점수로 변환해 순위를 매긴다. 이렇듯 데이터 기반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라 리스트는 '객관적인 어워드'라고 자부한다.
총점의 10%는 레스토랑을 방문한 고객들의 실제 후기를 반영한다.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대중들의 평가도 반영한다는 점이 기존 미식 가이드들과의 차이점이다.
한국에서는 역대 최다로 많은 레스토랑이 올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 역시 방송인 김대호의 진행으로 성대하게 펼쳐졌다. 지난해에도 한국에서 라 리스트 시상식이 열렸으나, 프랑스 대사관에서 수상자들 중심으로 비교적 소박하게 진행된 것과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그사이 'K 콘텐츠'의 힘을 바탕으로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올해 시상식에는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이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 미식계의 전설' 기 사부아 셰프, 뉴욕에서 '르 베르나르댕'을 이끄는 에릭 리페르 셰프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 셰프들은 이들과 '셀카'를 남기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기 사부아 셰프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파리의 레스토랑으로 라 리스트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세계 미식 신에서 한식이 점차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에릭 리페르 셰프는 '현대 프렌치 요리의 기준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뉴욕에서도 아토믹스와 같이 훌륭한 한식 다이닝이 늘어나고 있다"며 "'킹왕짱'"이라는 말로 한식에 대한 친근감을 표현했다.
시상식을 진두지휘하는 디렉터 역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라 리스트 글로벌 디렉터 스테파니 김은 10년 전 어워즈 론칭 당시부터 어워즈를 이끌어왔다. 그는 "언젠가 한국 셰프들이 주인공이 되는 멋진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실현된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상식에는 모수의 안성재 셰프, 목란의 이연복 셰프, 홍보각의 여경래 셰프 등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친숙한 셰프들이 총출동했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를 비롯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획득한 스타 셰프들도 눈에 띄었다. 장 명인 기순도 선생, 김치명인 이하연 선생은 한식의 미래를 이끄는 이들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을 받았다.
라 리스트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000'의 정확한 순위는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2025 라 리스트 수상 목록
△프렌치 퀴진
강민철레스토랑, 더 그린테이블, 라망시크레, 라미띠에, 랩24by쿠무다, 무오키
레스토랑 알렌, 제로컴플렉스, 콘티넨탈, 팔레트
△한식
권숙수, 라연, 모수, 밍글스, 소울, 솔밤, 온지음, 이타닉가든, 정식당
△일식
고료리켄, 미토우, 산로, 스시조, 아리아케
△중식
더그레이트홍연, 팔선, 홍보각
△컨템포러리 퀴진
류니끄, 세븐스도어, 스와니예, 알라프리마, 에빗, 쵸이닷
△BBQ
더 플라잉 호그
△뉴 엔트리
구찌오스테리아, 본앤브레드, 빈호
△탤런트 오브 더 이어 어워드
에스콘디도, 이스트
△마스터 오브 파이어
이목스모크다이닝, 금돼지식당
△올해의 오프닝
기와강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