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어제 경북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두 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담은 최대 난제로 꼽힌 한·미 관세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을 끌어내며 우리 경제와 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패키지 합의’라는 값진 결실을 봤다. 특히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약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리 수출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쾌거로 평가할 만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관세협상 결과다. 우리 돈 500조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 규모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현금 투자 비중을 2000억달러로 제한하고 연간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설정한 것은 큰 성과다. 이 정도 수준의 연간 상한액은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 급등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투자는 우리 조선사 주도로, 현금과 정부 보증을 병행하기로 하면서 기업 부담을 크게 줄였다.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한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앞서 일본이 “손실 리스크가 제로(0)”인 인프라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이 고위험 투자를 떠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다만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한·미 이익 배분 비율을 5 대 5로 정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합의로 상호관세율은 15%로 유지되고 특히 자동차 관세가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지면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산업에 숨통이 트였다. 전 분기 25%의 관세 부과로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2조7000억원(한화투자증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15% 수준이라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을 확대할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쌀·소고기 등 농업 분야에서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과 의약품·목재 등에서 최혜국 대우를 확보한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적 난제와 안보 현안에 대한 패키지 합의를 통해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만방에 확인시켰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협상단과 기업들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협상 전략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대미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정상 간 합의가 한반도 평화와 경제 성장의 굳건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