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관세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상호 신뢰를 확인하면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25%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고 대미 투자의 세부 사항을 담은 투자협정(MOU)이 체결될 지가 관건이다. ◇ 한·미는 제조업 동맹양 정상은 이날 한시간 27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대미 투자와 관련해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이견을 좁히는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아세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이번 순방에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 그리고 이제는 한국과의 합의를 ‘곧 최종’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진정 새롭고 위대한 미국이 만들어진 듯하다”며 “한국도 대미투자와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고 조선협력도 적극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는 대한민국 경제와 미국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오래된 한·미 동맹을 실질적으로 심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계속해서 협력하고 싶다고 화답하며 “양국 사이에 구름이 하나씩 걷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양국의 협상은 이날 ‘막판의 막판’까지 깜깜이였다. 지난 22일 워싱턴DC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마지막 대면협상을 한 이후 통상당국은 다양한 실무 차원의 대화를 벌였다. 전날 저녁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됐고, 정부도 대체적으로 합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협정 체결의 최대 고비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둘러싼 양국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외환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에 미국은 8년에 걸쳐 2000억달러를 투자하는 구조까지 물러선 반면, 한국은 “현금 비중을 더욱 낮춰야 한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투자처를 미국이 지정하면 송금하는 방식의 조건을 수용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액 현금과 대미 투자의 주도권을 미국에 일임하는 일본식 모델을 거부해왔다. ◇ 트럼프 “한국은 친구이자 우방국”이날 협상이 최종 타결엔 이르지 못했지만, 두 정상이 상당한 우호를 과시하면서 향후 최종 합의와 관세 인하에 이르기까지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우방국”이라며 “한국 국민은 경제적 기적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이 자동차 관세 25%를 약속하는 최종 무역합의에 이를지가 관건이다. 자동차 관세 25%가 이어진다면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부품, 소재, 철강, 전자 등 다양한 후방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봉합과는 별개로 미국이 다시 자국 투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기업인들에게 “관세를 지불하고 싶지 않은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라고 말씀드린다”며 “미국에 지으면 관세가 0%”라고 재차 밝히기도 했다.
경주=김대훈/한재영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