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 사모신용엔 기회"…ABF 시대 열린다

입력 2025-10-29 17:46
수정 2025-11-06 16:06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5’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은행이 건전성 규제에 고삐를 죄면서 민간 대출 시장인 사모신용 부문이 전례 없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콘퍼런스 첫날인 이날은 사모신용 상품 중에서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키워가는 자산담보금융(ABF)이 집중 조명됐다. ◇은행 대출 조이자 민간 대출 폭발ABF는 부동산, 건물, 토지, 주식 등 전통적인 자산은 물론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현금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음악 저작권, 각종 소송·로열티 및 무역 계약, 천연가스 개발권과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데이터센터, 항공기 등 법적으로 현금 흐름이 보장된 모든 자산이 기초자산이다.

차입자의 신용도보다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로 대출 여부를 판단한다. ABF는 10년 내외 중장기 투자가 대부분인 사모펀드(PEF) 등과 달리 2~3년 내 청산하는 구조로 만기가 짧고 10%대 중반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을 구성한다.

ABF 시장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전통 은행의 대출 문호가 좁아지면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은행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고자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거나 축소하자 펀드 운용사 등 민간 부문이 빠르게 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세계 ABF 시장 규모가 40조달러에 달해 단일 대체자산 중 가장 큰 시장으로 급성장했고, 유럽 내 ABF 시장이 연간 6조유로로 커졌다. 세계 기관투자가의 60%가 ABF를 향후 12개월간 가장 유망한 투자 전략으로 꼽을 만큼 시장의 주요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는 은행이 아예 민간 운용사와 손잡고 선순위 대출을 집행하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특정 기업 및 자산 노출도를 낮춰 건전성을 유지하고, 운용사는 사모대출 집행 대상을 확대하고 운용 안정성을 높이는 구조다. 기존 자산보다 유동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한 상품을 만기 전에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실사 능력 갖춘 운용사만 생존”최근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담보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으로 ABF를 포함한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초 체력이 충분하다”고 진화했다. 조시 니드너 아포젬캐피털 대표는 “20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련 자산의 수익률은 여러 위기와 상관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미국 중소기업들의 실적도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어 부실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채권보다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하고 금리와 상관관계가 낮은 ABF 같은 사모신용 상품의 매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션 이건 이건존스레이팅컴퍼니 대표는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대출의 채무 불이행률이 적당히 상승해 사모신용의 조정 수익률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로캐피털이 투자한 롱리지에너지가 대표적이다. 먼로캐피털은 이 회사에 3500만달러 규모 1순위 담보 대출을 제공하면서 천연가스 개발권 등 총 2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이를 통해 당시 기준금리 대비 10.5%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대출해 담보인정비율(LTV)을 9.5% 수준으로 낮췄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담보 가치가 상승해 올해 9월 투자 1년 만에 투자금 대비 1.35배로 조기 상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모신용 상품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만큼 철저한 담보권 실사 능력을 갖춘 운용사만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일 맥카시 핌코 수석부사장은 “사모신용은 실물자산을 기초로 하지만 자산 유형, 국가, 차주 성격에 따라 현금 흐름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난도가 높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